[우리도 교사입니다] 차별이 넘치는 학교 현장
책을 읽고 나서 놀라웠다.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책을 펼치고 순식간에 230페이지를 다 읽었다. 학교가 차별의 현장이라는 것에 화가 났다. 공교육이 실망스러웠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이 차별이 판치는 학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학교가 이 모양이면 학생들에게 도대체 뭘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학교는 경쟁하고 또 경쟁하며 목숨이라도 걸어서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인가. 경쟁과 차별이 칼날처럼 곳곳에 도사린 학교에서 학생들은 경쟁 교육 외에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주먹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아팠다.
<우리도 교사입니다>는 책 제목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드러난다. 책을 쓴 분은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박혜성 위원장이다. 15년을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느끼고 듣고 경험한 것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차별이 일상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교는 공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노동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에게 과도하게 많은 수업을 떠맡기는 경우가 많다. 불만을 얘기하면 '하기 싫으면 말해요. 하겠다는 기간제 교사를 구하면 됩니다.' 교감은 곧장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다. 철도민영화 수업을 했다고 5년이나 근무한 학교에서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 학교나 공장이나 비정규직의 처지는 어찌 이리도 똑같은지 책을 읽으면 욕이 절로 나온다.
우리가 학교에 가면 만나는 교직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다. 기간제 교사가 5만 명이나 되고, 그중 여성이 70%나 된다. 학교는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공공부문 중 가장 높다. 기간제 교사는 봄이 오는 2월을 두려워한다. 일할 학교를 찾느라 마음은 한겨울에서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다.
교육공동체여야 할 학교가 비정규직의 눈물과 절망을 양분 삼아 유지된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가장 평등해야 할 학교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학교에는 기간제 교사뿐 아니라 급식실과 행정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있다. 이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차별이 넘치는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나올 일이 없다.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은 학교 현장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이뤄져야 한다.
<우리도 교사입니다>를 읽으면 부끄러워진다.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에 미안함이 생긴다.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서 기간제 교사들의 현실에 한 발 다가가자. 노조 할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자.
기자 :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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