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어른들과 갈등'…주부들은 '제사상 스트레스' 탓
배씨는 "시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집안 어르신들도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큰집에 모이는 식구들이 점점 줄더니 2년 전부터는 모이지 않고 있다"며 "젊은 아이들은 집에서 쉬는 것을 더 좋아하고 저 같은 사람들은 차례상을 차리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정모(29) 씨도 이번 추석에 일가친척 모임에 가지 않는다. 정씨는 "친척 모임에 가봐야 불편한 질문을 들을 게 뻔해 가지 않기로 했다"며 "집에서 혼자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공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12일 각종 통계를 보면 이들처럼 추석 연휴를 친척들과 모이지 않고 가족끼리 보내거나 혼자 조용히 보내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레일 추석 열차 승차권 총 공급좌석 및 예매 현황에 따르면 2017년 374만석 중 127만석, 2018년 208만석 중 90만석, 올해 173만석 중 85만석이 예매됐다. 공급 좌석과 예매 수가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코레일 관계자는 "특히 명절 휴무일이 길어질수록 예매율이 떨어지는데, 친척끼리 모이기보다 해외 등으로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특별 교통대책 기간인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약 90만6천156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1년 추석 연휴 출국자 수인 11만6천402명에 비해 약 7.8배 증가한 수치다.
국내 여행객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여행ㆍ숙박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와 구인ㆍ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2천570명을 상대로 공동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연휴에 국내 여행을 준비한다는 응답자는 84.1%로, 해외여행 15.9%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들은 추석 가족 모임에 가고 싶지 않은 대표적 이유로 '차례상 차리기'를 꼽았다.
30∼40대 주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허리 휘어지게 차례상 다 차려 놓으면 절만 하는 가족들이 얄밉다", "차례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이번 추석엔 시댁도 친정도 안 간다" 등 차례(제사) 문제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안 어르신들이 연로하거나 돌아가시면 친척들을 모이게 했던 구심점이 없어져 왕래가 적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예전엔 결혼이나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아서 명절 갈등이 적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명절에 어른들을 만나면 갈등과 긴장 상태가 반복돼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특히 비슷한 또래인 사촌 간에도 교류가 적은 20∼30대는 제사나 친척 모임 등에 의미를 못 느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며 "이 세대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을 더 의미 있게 여기기 때문에 명절 연휴를 여행 등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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