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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도시는 생물…누구나 행복하고 살고 싶은 공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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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미래19] 김유민 소장이 꿈꾸는 녹색도시

“도시는 정적인 물체가 아니고 굉장히 유기적이고 살아있고 움직이는 공기라고 보면 돼요. 지금 시대는 도시 계획보다는 도시 재생에 포커스가 많이 맞춰져 있어요. 이제는 더 이상 인구가 급증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마을이나 도시를 더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잘 활용해서 보다 더 수준 높은 도시,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로 바꿔보자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세계일보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의 ‘나우미래’ 영상 시리즈 19회 주인공인 녹색도시연구소 김유민(50·사진) 소장의 설명이다. 녹색도시연구소는 도시 건축과 시설 분야에서 도시 재생을 포함한 도시 계획과 디자인을 하는 연구소다. 이와 관련된 마스터플랜도 짠다. 김 소장은 “도시의 개념은 토지부터 건축물, 생태 환경, 교통, 문화까지 모든 걸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나와 우리의 미래, 지금(Now) 그리고 미래’라는 뜻의 나우미래는 교육부 미래교육위가 지난 5월부터 유튜브 채널 교육부TV에 순차적으로 올리는 영상 시리즈다. 미래교육위원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시리즈를 통해 다가올 미래와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 꿈과 희망 등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유튜브에서 ‘교육부 나우미래’를 검색하면 재생목록을 볼 수 있다.

◆병환으로 약해진 부모님 보고 지향점 바뀌어

김 소장은 모친을 여의기 전까지 목표지향적이고 결과·성취지향적인 사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과정을 보면서 지금의 이 삶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들을 행복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남에겐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녹색도시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 역시 부모님 때문이었다. 김 소장은 “부모님이 병환으로 약해졌을 때 외출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며 “‘모든 도로와 시설물이 휠체어를 타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 다니기 힘든 길이 되고, 밤에는 어둡고 범죄가 우려돼서 건강하지 않은 분들에겐 무섭고 두려운 길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전공하고 있는 도시 공간 분야와 건축을 포함한 시설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녹색도시가 “도시 계획 차원의 ‘에코시티’나 ‘전원도시’ 개념에서 도시 재생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이후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스마트시티’라는 개념이 나왔다”며 “지속 가능한 도시, 스마트시티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을 녹색도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녹색도시는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문화적·정서적 요소를 가미해서 무장애 환경과 범죄 예방, 일상의 경제성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까지 추가해서 노약자나 장애인, 어린이 등 누구라도 성별에 관계없이 행복하고, 살고 싶은 도시”라고 김 소장은 부연했다. 녹색도시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상당히 비용이 절감된다”고 역설했다.






◆장애인도 윤택한 삶을·자살예방 중요성 강조

김 소장은 녹색도시에 ‘유니버셜 디자인’(누구에게나 편리한 디자인)이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자신이 참여했던 전남 여수장애인국민체육센터를 예로 들었다. 김 소장은 “해당 센터의 경우 전남에서 최초로 시도된 장애인을 위한 체육 시설”이라며 “가장 큰 특징은 장애인 전용 목욕탕을 개장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목욕탕은 수납장 아래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일어섰을 때 어지럽거나 넘어지지 않게 하고 시각 장애인들도 눈을 감고 잡을 수 있게 좌석마다 손잡이를 달았다”고 했다. 내부에 턱이나 경사로도 없애고 점자 블록과 알람 시스템도 설치됐다고 한다.

김 소장은 “이런 시설물이 많아지면 시민이 같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며 “장애인들이 편하게 센터를 이용하고, 그러면서 좀 더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는 걸 느끼고 미소지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도시 건축·시설 공간 분야에서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김 소장은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외로움의 문제, 희망의 문제, 사랑의 결핍에 대한 문제들이 같이 치유가 돼야 한다”며 “정말 따뜻하고 살만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시설·공간을 만들고 싶고 기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김 소장은 과거 목표지향적이었을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즐겁다고 털어놨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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