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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빈병 사니 주스가 딸려왔다"…추석선물세트의 함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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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열풍'에 비싼 가격 붙였다는 지적

낱개로 살 때보다 배 이상 비싼 선물세트도

업계 "일반 낱개 상품과 단순비교 어려워"

정부, 명절 맞아 과대포장 단속 나서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신(新) 복고주의`를 일컫는 뉴트로 열풍이 추석 선물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옛 기억을 떠올리는 즐거움을 주더라도 실속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을 붙여 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추석 선물의 고질적 문제였던 과대포장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추석 선물세트가 휴가철 성수기 바가지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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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옛날 유리병’ 델몬트 출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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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을 사니 주스가 딸려왔다…‘뉴트로’ 핑계로 빈 병도 2만원?

지난달 27일 롯데백화점이 추석을 맞아 출시한 `델몬트 뉴트로 선물세트` 한정판은 가격에 비해 구성품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품은 1.5ℓ짜리 빈 유리병 1개와 유리잔 2개, 180㎖ 용량 오렌지주스 2병으로 구성된 이 세트는 1만9900원에 판매됐다.

델몬트 주스는 과거에 내용물을 다 마시고 병에 보리차 등 물을 담아 쓰던 `국민 물병`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하지만 가벼운 페트병이 보급되고 유리병을 여름철 실외에 장시간 방치하면 터질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이 유리병은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최근 뉴트로 열풍이 불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이 유리병이 개당 3000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선물세트를 뜯어 보면 ‘속 빈 강정’이다. 180㎖ 용량 오렌지주스의 시중 가격이 한 병에 1000원인데 세트 가격 1만9900원에서 주스 두 병(2000원)을 빼면 약 1만8000원이다. 즉 델몬트 빈 병 1개와 유리잔 2개 가격이 1만8000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뉴트로 열풍을 틈타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직장인 김모(55)씨는 “선물세트라고 열어 봤는데 빈 병이 있으면 받는 사람도 황당할 것 같다”며 “준 사람이 내용물을 이미 마셔버린 걸로 알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갖기 위해서는 가격을 따지지 않는 가심비족(族)을 위한 제품”이라며 “이제는 제작하지 않는 유리병을 특별 제작한 것이라 다른 유리병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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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판매되는 ‘스팸 선물세트 특선 6호’. (사진=옥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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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개로 사면 2만 원, 세트로 사면 6만 원? 선물세트의 함정

낱개로 살 때보다 세트로 살 때 가격이 배 이상 뛰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스팸 선물세트 특선 6호’를 6만430원에 판매하고 있다. 판매정가인 6만7900원에서 11% 할인된 가격이다. 스팸 120g 10통과 500ml 카놀라유 2병, 그리고 올리고당 700g이 1병 들어있다.

하지만 낱개로는 이 모든 것을 2만3340원에 살 수 있다. 같은 사이트에서 ‘스팸 선물세트 특선 6호’와 같은 구성품을 개별로 찾으면 스팸 120g은 5개에 7500원, 카놀라유 1병은 2450원, 올리고당 1병은 3440원에 팔고 있었다. 선물세트의 40%가 채 되지 않는 가격이다.

이 사이트는 6만원이 넘는 ‘스팸 선물세트 특선 6호’와 동일한 ‘CJ 스팸 특선 6호 선물세트’도 3만770원에 할인판매한다고 광고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낱개로 샀을 때보다 7000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추석 선물세트라는 이름을 붙여 포장을 과도하게 하고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는 이유다. 업체 관계자는 “선물세트를 포장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 낱개 상품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선물세트 빈공간 25% 넘으면 안돼…환경부 과대포장 단속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 과대포장 단속에 나섰다. 환경부는 연휴를 2주 앞둔 지난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전국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점검에 나섰다. 포장횟수가 과도하거나 제품크기에 비해 포장이 지나친 제품에 대해 포장검사 명령을 내려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추석 선물세트는 포장횟수 2번 이하, 포장공간 비율 25% 이하로 제품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최대 300만원을 부과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설 명절 기간에 전국에서 7252건을 점검, 이 중 780건을 검사해 포장기준 위반 48건에 총 48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중 선물세트가 14건으로 2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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