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유럽연합(EU)이 블록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마저 기술적 경기침체 진입을 앞두자 그간 금과옥조로 여겨온 '3%룰' 재정준칙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EU가 조만간 재정수지적자 3%, 일반정부 채무비율 60%를 골자로 한 재정준칙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EU 내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회원국들로 하여금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유럽재정위기 이후 재정준칙을 더욱 엄격하게 요구해왔던 EU집행부조차 통화정책만으로는 성장 둔화 우려를 가라앉히기 힘들다고 판단한 셈이다.
차기 EU행정부 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당선자 역시 같은 날 차기 집행위원단 명단을 공개하며 이탈리아 출신의 파올로 젠틸로니 전 총리를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으로 선임, 이 같은 기조를 시사했다. EU 경제 수장으로 이탈리아 출신을 택한 것 또한 EU의 기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젠틸로니 전 총리는 EU와 이탈리아 간 예산안 갈등이 재발하지 않게끔 조율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스스로 어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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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립정부 출범을 앞둔 이탈리아는 경기침체에 대응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이지만, 막대한 부채로 인해 EU 재정준칙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처럼 또 다시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경우 유럽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탈리아 경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했다. 현재 새 내각은 내년 재정수지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3%로 당초 목표보다 0.2%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 내에서는 재정부양 여력이 충분한 독일 등이 앞장서 돈 풀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재정준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공공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그림자 예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베티나 하겐도른 독일 재무부 차관은 전날 의회에 보낸 서신에서 "전반적 경제상황, 해외요인으로 인해 조정이 필요할 경우, 2023년까지 균형 예산을 유지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균형 재정을 포기하면서까지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개한 것이다. 독일 정부 재정준칙 상 매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GDP의 0.35%로 내로 규정돼있다.
다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균형 예산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재정 균형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2020년 재정지출 계획을 11일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은행도 돈 풀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마지막으로 8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예금금리 인하 등 완화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재개하기에 현재 유로존 경제지표가 그만큼 나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가 완화정책은 차기 수장의 몫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차기 수장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같은 날 공식 사임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드라기 총재의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유럽채권시장에서 독일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8월5일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권으로 올라섰다. 미국 10년물 금리도 1.7333%로 전거래일 대비 올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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