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속 선제적 시장개방 확대 메시지도
중국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 황푸강변의 빌딩 숲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위안화 가치가 1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 중국의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외국 기관의 주식 투자 한도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11일 경제지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 외환관리국은 전날 밤 적격외국기관투자자(QFII·RQFII)의 투자 한도 제한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외환관리국은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편리하게 할 것"이라며 "중국의 주식과 채권 시장이 세계에서 더욱 환영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적격외국기관투자자로 지정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외국 기관에 각각 개별적으로 내국인 전용 투자 주식인 A주를 살 수 있는 한도를 부여해왔다.
QFII는 달러 기준으로 투자 한도를 받는 외국 기관을, RQFII는 위안화 기준으로 투자 한도를 받은 외국 기관을 가리킨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중국의 급속한 경기 둔화 여파 속에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5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 선을 돌파했다. 위안화 가치는 이후에도 추가로 떨어져 한때 달러당 7.2위안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무역전쟁이 격화된 지난 8월 한 달 새 위안화 가치는 3.7%나 떨어졌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는 1994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번 조치는 외국 자본 유입 촉진과 중국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무역전쟁 상대방인 미국으로부터 장을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중국이 선제적 시장 개방 확대 메시지를 천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은 외국 자본 유입이 자본 유출을 상쇄하고 위안화 가치를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1월 고점인 3,587.03 대비 15% 이상 하락 중이다.
시장에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세계 주요 기관들이 벤치마크 지수에 중국 주식 편입 비중을 높이는 추세여서 외국 기관 투자 한도 폐지가 기본적으로는 중국 투자 유입을 원활하게 하는 데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도 커지는 가운데 투자 한도 제한이 곧바로 실질적 투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비교적 작아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QFII 지정을 받은 외국 기관들의 총 투자 한도는 3천억 달러에 달하지만 지난 8월 말을 기준으로 실제 투자된 돈은 1천114억 달러에 그쳤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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