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주 앞두고 보수층 결집에 총력…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 행보 관건
유엔 "역내 평화에 엄청난 손상"…터키 등 주변국도 앞다퉈 규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AP=연합뉴스] |
(카이로·서울=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자신이 연임할 경우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수표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 발언은 인근 이슬람권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유발했다.
10일(현지시간)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이같이 공약했다.
그는 "나는 새 정부가 구성된 뒤 요르단 계곡과 사해 북부부터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할 것"이라며 요르단 계곡을 시작으로 요르단강 서안의 모든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말했다.
또 오는 17일 이스라엘 총선이 치러진 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평화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정착촌 합병이 미국 정부와의 조율을 거쳐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총선에서 승리하지 않을 경우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 지도자 베나 간츠와 야이르 라피드는 정착촌 합병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일에도 유대인 정착촌을 합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강제로 점령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팔레스타인인이 약 270여만명이 살고 있으며 유대인 정착촌에는 이스라엘인 4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유엔은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정착촌을 계속 늘려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정착촌 합병의 시작 지역으로 꼽은 요르단계곡과 사해 북부는 요르단강 서안의 약 30%를 차지하며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다.
2019년 6월 2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요르단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옛 전초기지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는 네타냐후 총리의 서안 정착촌 합병 공약을 일제히 규탄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위원인 하난 아쉬라위는 "그(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을 세우는) '2국가 해법'을 파괴하고 평화의 모든 기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서안 정착촌을 합병한다면 "협상 재개와 역내 평화, 그리고 2국가 해법의 본질에 엄청난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규탄했다.
아랍연맹도 이스라엘의 서안 정착촌 합병 시도는 "평화 프로세스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과 동일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동 이슬람권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중재역을 해 온 요르단의 아미만 사파디 외무장관은 성명을 내 "요르단 계곡과 사해 북부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하겠다는 네타냐후의 의도는 전 지역을 폭력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의 수호자를 자처해 온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도 "네타냐후의 선거 공약은 인종주의적 아파르트헤이트 성향의 언급"이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형제, 자매의 권리와 이익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서안 정착촌 합병 시도는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이슬람 협력기구(OIC) 외교장관 회담을 긴급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2019년 8월 21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에 설치된 급수 파이프를 팔레스타인인들이 철창 너머에서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자료사진] |
유대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는 총선에서 보수적 유권자들의 결집을 노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현재 이스라엘 총선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접전 분위기다.
10일 현지 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백당이 32석으로 1위를 차지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총선에서 31석으로 1석 뒤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쿠드당이 다른 우파 정당들과 연합해도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석의 과반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에선 최근 네타냐후 총리와 각을 세워 온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의 행보가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이 이끄는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이번 총선에서 8∼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올해 4월 총선에서 네타냐후 연립내각 참여를 거부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불과 1석이 모자라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nojae@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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