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쏠림→제조업 균형
설계완료…민간의사 타진중
은행 “참여키로…규모 검토”
‘윈-윈’구조… 재계도 긍정적
개인에도 개방…투명성 높여
[헤럴드경제=배두헌·박준규 기자] 정부의 민관합동 ‘소·부·장 메가펀드’가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그간 4차 산업혁명과 창업 일자리에 쏠렸던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이 기반기술 확보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병행될 전망이다.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극일(克日)’이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 핵심 어젠다 중 하나로 떠오른 만큼 상당히 높은 강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민간부문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이번 1조원 규모의 메가펀드 프로그램에 이미 참여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대기업들은 이미 과거 정부에서도 대중소기업 상생, 동반성장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이번에도 기꺼이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대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 제거 및 지속가능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대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공정거래법 등의 제약으로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은행들 역시 밑질 게 없는 장사라는 입장이다. 은행과 소부장 기업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산하기관으로부터 메가펀드 조성 계획안을 받고 취지에 공감해 펀드 조성에 참여 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며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참여 규모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일본과 거래하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까지 벌였다. 펀드 조성에 참여하는 자금 지원을 넘어 발굴자 역할도 충실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총 1조원 규모의 이번 메가펀드 조성 계획에서 민간은행에 할당된 규모는 10%인 1000억원 수준이다. KB국민·신한·NH농협·KEB하나·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들이 각각 최소 100억원 이상씩 자금을 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5대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대고 나머지 은행들이 힘을 보태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소부장 메가펀드에서 민간은행의 역할은 단순한 재무적투자자(FI)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투자대상 기업 발굴에 은행권이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규모가 있는 소부장 기업들은 대부분 은행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이 기업 발굴의 ‘키(Key)’라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소부장 분야는 역량과 경험이 축적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또는 스케일업(Scale-up) 위주로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시중은행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은행의 자금력과 영업망을 활용하면 체계적인 소부장 융복합 금융지원 모델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소부장 기업과의 여신거래 외 투자 기회를 확보함과 아울러 여신거래 기업의 안정성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고, 소부장 기업 입장에서는 목적에 맞는 자금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성장기회를 확보한다는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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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국의 시중은행 영업점을 통해 소부장 기업에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 발굴자에게 발굴 수수료(finder’s fee)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연계한 발굴 수수료 지급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 입장에서는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사모재간접펀드 등의 형식으로 개인자금을 받기로 한 것은 향후 펀드 규모를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성공한 소부장 기업이 나와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거둘 경우 기업과 은행의 출자 부담을 덜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자금에 ‘물꼬’가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관 주도가 아닌 순수 민간차원의 소부장 펀드 출시를 유도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개인자금이 투입될 경우 정부 재정의 투명한 운용을 자극할 수 있다. 관 주도의 펀드이지만 납세자인 개인에 펀드 성과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재정은 물론 기업들이 낸 자금도 더 효율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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