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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명절노동 NO" 간편식으로 15분만에...국내 최대 전 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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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싸우는 명절 거부 늘어

간소한 상차림 선호 트렌드

명절 간편식 시장 급성장

"손쉽게 차리고, 푹 쉰다"

중앙일보

추석을 앞둔 9일 충북 음성 한식 가정간편식(HMR) 전문기업 사옹원의 대형전 생산라인에서 녹두빈대떡이 튀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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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나흘 앞둔 9일 오후 충청북도 음성에 있는 한식 가정간편식(HMR) 전문 기업 사옹원 ‘대형전’ 생산라인. 천천히 돌아가는 원형 벨트 위 고정된 5개의 파이프에서 녹두빈대떡 반죽이 줄 맞춰 떨어진다.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 철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직원이 벨트 중간 지점을 지키고 있다 재빨리 반죽을 뒤집는다. 이렇게 조리된 빈대떡은 바로 영하 130도 냉각 라인으로 들어가 급속 냉동된다. 데우면 직접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럴듯한 빈대떡의 ‘자태’를 회복한다. 공장 제품 티가 거의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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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충북 음성 한식 가정간편식(HMR) 전문 기업 사옹원 '대형전' 라인에서 직원이 녹두빈대떡을 제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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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만 차리다 끝나는 명절을 거부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고작’ 전 부치기나 설거지 문제로 얼굴 붉히는 일을 예방하자는 움직임이다. 아예 여행을 가거나 모이는 사람끼리 음식 한 가지를 해오는 포트럭(potluck)을 하는 등 집마다 대안은 다양하다.

대안 중 하나가 HMR로 차리는 명절상이다. 10명 이상 먹을 음식을 마련하려면 누군가는 재료 마련에서부터 손질까지 2~3일씩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설거지는 즐거워야 할 명절을 전쟁터로 만들기 십상이다. 산적이나 꼬지 등 손이 많이 가는 명절 음식 몇 가지만 HMR로 대체해도 수고를 대폭 덜 수 있다.

이런 트렌드의 최대 수혜자는 사옹원 같은 간편식 생산 업체다. 1995년 창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전ㆍ튀김 기업인 이 업체에선 9일 하루에만 녹두빈대떡 2만7000장, 완자 12만개를 부쳐냈다. 사옹원은 꼬지전과 산적, 각종 모둠전 등 ‘명절 제수용 간편식’ 강자로 꼽힌다. 대형마트와 같은 각 유통채널이나 식품업체가 고유 레시피를 만들어 의뢰하면 사옹원이 제조와 포장을 담당한다.

2014년 240억원이었던 사옹원의 매출은 지난해 410억원을 찍고 올해 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사옹원 관계자는 “반죽 압출 정도와 까다로운 산적 생산 노하우를 갖고 있어 대형 식품사까지 생산을 문의한다”며 “증가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제2공장 착공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목을 앞두고 지난 6월부터 재료 확보와 레시피 점검을 해왔지만, 추석 전날까지 생산 일정이 빠듯하다. 한 해 매출의 약 24%(올해 120억원)를 설ㆍ추석 명절 기간에 올린다. 사옹원 생산팀 최진욱 차장은 “현재 파트타임 근무자까지 200명이 2교대로 온종일 생산해도 물량을 대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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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용 가정간편식 판매 확산에는 맛 수준 향상도 한몫했다. 왼쪽은 이마트 간편식 제품인 피코크 동그랑땡과 오색꼬지전으로 26년 경력의 원승식 쉐프 레시피대로 만들어졌다. 오른쪽은 원 셰프가 직접 만든 동그랑땡과 꼬지전. 동량을 간편식으로 살 때는 1만3960원, 직접 만들 때는 3만2740원이 필요했다. 다만 직접 만들 때는 재료가 남는다. [사진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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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시즌 간편식 소비 확산은 각 유통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이마트에서 추석 전 1주일 동안 팔린 명절용 HMR 매출은 4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는 17억원어치가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4년 14종이었던 피코크 명절 간편식은 현재 40종으로 는데다, 간편식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뀐 덕이라는 설명이다.

이마트 피코크 개발팀 오승훈 팀장은 “명절 전 일주일 간편식 매출은 평상시 대비 15%가량 높아 특수를 누린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에서도 최근 3년간 온라인 전체 추석 매출에서 간편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5%에서 올해는 8%로 늘었다. 매출신장률도 2017년 24.1%, 2018년 40.8%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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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제일제당 명절용 간편식. [사진 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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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HMR의 맛 수준이 향상됐고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점도 간편식 명절상을 확산한 요인이다. 쪼그리고 앉아 부쳐야 해 명절증후군 유발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각종 전이나 완자, 산적까지 간편식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차례상 전체를 간편식으로 차릴 수 있게 됐다. 직접 만드는 것과 비용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음식물 쓰레기가 적게 나오고 재료가 남아 걱정할 일이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CJ제일제당에서도 명절 전후 제수용 간편식 매출이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30% 가령 성장했다. 지난 설 연휴 전 1주일간 관련 제품(비비고 한식 반찬 등)은 약 190억원어치가 팔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올 추석에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증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론칭한 밀키트 브랜드 ‘쿡킷’에서 나온 추석 상차림 세트(떡갈비ㆍ버섯 소 불고기ㆍ소고기 맑은 탕국)는 나오자마자 일시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음성=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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