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3개 소재·부품 수출제한조치 WTO 제소

11일 日·WTO에 양자협의 요청 서한 전달

유명희 "日, WTO협정 세 가지 측면 위반"

양자협의 노력 후 본격 분쟁해결 절차 돌입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일본의 지난 7월4일 3개 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제한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이날 일본의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주 제네바 일본대사관과 WTO 사무국에 전달하며 WTO 제소 절차를 공식 개시한다.

유명희 본부장은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 정부 각료급 인사가 수차례 언급한 데서 드러났듯 (지난해 말 이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졌으며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고 말했다.

일본이 자국에서의 대 한국 수출통제를 강화한 불산액·불화수소·리지스트가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게 유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공급 국가임을 고려하면 일본의 조치는 세계 경제에도 큰 불확실성과 불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일본은 아무런 사전 예고나 통보 없이 조치 발표 후 3일 만에 이를 전격 시행하며 이웃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보여주지 않은 것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했다”며 “우리 이익과 정치적 목적으로 교역을 악용하는 행위가 반복해서 나오지 않도록 일본의 조치를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꼽은 일본의 WTO 협정 의무 주요 위반사항은 세 가지다. 3개 품목을 우리나라만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건 WTO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 그 중에서도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또 3개 품목에 대해 계약건별로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고 어떤 형태의 포괄허가도 금지한 건 수출제한 조치의 설정·유지 금지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유 본부장은 “주문 후 1~2주 이내에 조달이 가능한 소재를 최대 90일 걸리는 정부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언제든 거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 부담도 생기며 우리나라 기업이 심각한 피해에 직면했다”며 “일본은 조치 이후 2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단 3건의 개별허가만 했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또 “일본의 조치는 정치적인 이유로 교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무역 규정을 일관적이며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의무에도 저촉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WTO 분쟁해결 절차의 첫 단계인 양자협의를 공식 요청해 일본이 조치를 빨리 철회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라며 “양자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해 본격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