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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고치 Green 제주]④용두암 마을 해양쓰레기로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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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바다 지킴이 3명이 하루에 400~600㎏ 수거

협소·번잡한 집하장은 한숨만…道 "현대화 지속 추진"

[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가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오름 대신 쓰레기산이 쌓이고, 해안가는 플라스틱컵이 점령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제주의 제1가치인 '환경'을 택했다. 다양한 환경 이슈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고치 Green 제주]는 '같이'를 뜻하는 제주어인 '고치'에 '가치'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녹색 제주로 가꿔나가자는 뜻이다.

뉴스1

10일 오전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에서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 윤융석(49)·강용문씨(70)가 대형 김장비닐 등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2019.9.11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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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가을 장마와 태풍 '링링'이 지나간 뒤 오랜만에 환한 햇살이 내리쬐던 10일 오전.

제주시 용담2동 주민인 강용문(70)·한석창(66)·윤융석씨(49)는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라고 쓰인 파란색 모자와 형광색 조끼를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가 2017년부터 매년 서류·체력·면접시험을 거쳐 선발하고 있는 해양쓰레기 전담 수거 인력으로, 지난 2월 말 선발된 이들은 이달로 활동 7개월차다.

세 사람이 도착한 곳은 담당 책임구간인 제주시 용담해안도로.

이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용두암에서 도두봉으로 이어지는 용담해안도로 약 5㎞ 구간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고 했다.

작업은 자전거를 타고 먼저 움직인 두 명이 갯바위로 내려가 마대에 해양쓰레기를 채워 담고 1차 성상 분류 후 인도 옆에 올려 두면 나머지 한 명이 해양쓰레기 운반 전용 차량을 타고 뒤따라가며 수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요 며칠 몰아친 가을장마와 태풍으로 작업에 차질이 생겼던 탓에 적재량 400~600㎏의 해양쓰레기 운반 전용 차량은 이날 작업 1~2시간 만에 금세 꽉 들어찼다.

차량 내부에는 별의별 쓰레기가 다 있었다. 물에 흠뻑 젖은 통나무부터 얽히고설킨 폐그물, 생선 비늘이 가득 묻은 나무상자, 빨갛게 녹이 슨 가스통, 대형 김장비닐에 각종 생활쓰레기까지 한가득이었다.

한석창씨는 "대체로 선원들이나 관광객들이 처치 곤란으로 내다 버린 쓰레기가 대부분"이라며 "매일 작업해도 매일 (해양쓰레기 운반 전용 차량에) 꽉 찬다. 기가 찰 지경"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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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제주시 용담2동의 한 쓰레기 중간집하장에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가 수거한 해양쓰레기들이 쌓이고 있다. 2019.9.11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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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공원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우고 해양쓰레기 운반 전용 차량에 함께 몸을 실은 세 사람은 곧바로 용담해안도로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중간집하장으로 향했다.

중간집하장은 330㎡(100평)이 채 안 돼 보였고 나대지에 2m짜리 초록색 펜스가 둘러진 형태였다. 안쪽에 덩그러니 설치된 펜스 3개만 겨우 성상을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

세 사람은 중간집하장 안쪽에 타고 온 차량을 댄 뒤 쓰레기를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 물기를 털어내며 옮기느라 땀을 한 바가지 흘리던 이들이었다.

그렇게 30여 분간 하역작업이 이뤄졌고 이들은 또다시 용담해안도로로 향했다.

용담2동에 따르면 이 중간집하장에는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들이 수거한 해양쓰레기뿐 아니라 이 일대에서 수거된 생활쓰레기도 함께 반입되고 있다. 하루 반입량만 1500㎏에 달한다.

이곳에 반입된 쓰레기는 민간 전문처리업체가 수거해 탈염·선별·압축·파쇄 등 전(前) 처리를 거쳐 재활용되거나 매립·소각되고 있다. 폐그물 등 특수 폐기물은 도외로 반출되고 있다.

문제는 중간집하장이 매우 협소하고 번잡해 바닷물에 젖은 쓰레기들이 한데 엉키면서 이곳에 반입된 쓰레기 대부분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부 민간 전문처리업체들은 수거·처리를 꺼리거나 단가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담2동 관계자는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들이나 주민들이 아무리 1차 분류를 한다고 해도 시설구조상 한계로 일부 육·해상 쓰레기들이 섞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가뜩이나 없는 예산에 갈수록 지출이 커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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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제주시 용담2동의 한 쓰레기 중간집하장에서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 윤융석(49)·한석창(66)·강용문씨(70)가 용담해안도로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하역하고 있다. 2019.9.11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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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용담2동만의 일이 아니다.

도내 해안가 마을 10여 곳에도 해양쓰레기 중간집하장이 마련돼 있지만 대부분 재래식 창고나 나대지에 설치되면서 악취 등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제주도는 제주시, 서귀포시와 함께 지난해 초부터 해양쓰레기 중간집하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단순 집하작업만 이뤄졌던 중간집하장에 순차적 반출을 위한 다뱡향 출입문과 성상별 분류를 위한 칸막이 시설, 무단투기 방지용 CCTV 등을 설치해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도는 용담2동 중간집하장처럼 아직까지 시설이 미진한 중간집하장의 경우 관할 읍·면·동이 부지를 확보하는 대로 시와 함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해양쓰레기 수거·처리 시스템(청정 제주바다 지킴이 확대·해양쓰레기 중간집하장 현대화·해양환경자원 재활용 선별시설 구축)을 안착시켜 국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해양쓰레기 연간 수거량은 2014년 7150톤, 2015년 1만4475톤, 2016년 1만8000톤, 2017년 1만4062톤, 2018년 1만2412톤으로 수거 예산만 총 176억여 원에 달한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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