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는 볼턴과의 업무상 관계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모두 (대통령에게) 솔직한 의견을 전달한다”면서 “볼턴과 내가 의견이 다른 적이 많았다.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교류하는 다른 많은 사람과도 그렇다”면서 볼턴과의 의견차가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볼턴과 나 사이에 우리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놓고 시각이 다른 지점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모든 사람들이 이 문제(자신과 볼턴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말해온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미국 언론들은 올봄부터 이란·북한·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대외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폼페이오와 볼턴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최근 몇달 간 공식 회의석상 외에는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수준이 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폼페이오의 발언은 볼턴과의 불화설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폼페이오는 ‘탈레반과의 협상에 관한 의견차 때문에 볼턴이 백악관을 떠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이 말하도록 남겨둘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대통령은 언제든 원하는 사람들을 쓸 권리가 있다. 참모는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대통령은 자신이 신뢰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스티브) 므누신 장관과 내가 각료로서 매일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참모의 관계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지만 결국은 볼턴이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우회적인 비판으로 해석된다.
회견에선 이란·베네수엘라 등에 대해 초강경 노선을 펼쳐온 볼턴의 해임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이 달라질지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므누신 장관은 이란 문제에서 “나와 폼페이오 장관과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 작전에 (의견이) 완전히 일치한다”면서 “우리가 이란에 누구보다 많은 제재를 가했음을 알 것이고, 제재는 완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이것들은 대통령의 정책들”이라면서 “우리가 최선의 지혜를 그에게 제공하고 이해를 공유하지만, 세계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남으로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구체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볼턴이 떠났어도 외교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으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안보팀이 엉망이냐’는 직설적 질문까지 나오자 므누신 장관은 “전혀 아니다. 내가 들어본 가장 터무니 없는 질문이다”라고 반박했다.
볼턴은 당초 이 자리에 함께 나와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시간 30분 전 트위터로 해임 사실을 알리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까지도 백악관과 행정부 내부에 볼턴 경질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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