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장제원 아들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 인정

의원실 관계자 연루설에 “아는 형” 주장 / 경찰 자진 출석… 음주운전 조사 / 운전 주장 지인 늦게 현장 나타나 / 경찰, 의심 않고 장씨 귀가 조치 / 장씨측 “가족 개입 없었다” 일축 / 피해자와 합의… “깊이 반성 중”

음주 교통사고를 낸 뒤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 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19·사진)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았다. 장씨 측은 음주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가족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10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장씨와 사고 피해자 A씨는 전날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장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및 과속운전), 범인도피 교사,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장씨 대신 운전했다고 진술한 B씨도 범인도피 혐의로 이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7일 오전 2시40분쯤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운전하다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상황이 찍힌 폐쇄회로(CC)TV에는 장씨의 벤츠 차량이 빠른 속도로 A씨의 오토바이를 충돌하는 모습이 담겼다. 음주측정 결과 장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다른 사람이 운전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B씨가 자신이 운전 중 사고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장씨는 귀가 조치됐고, B씨만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로부터 2시간쯤 지난 뒤에서야 장씨는 어머니와 변호인을 대동한 채로 경찰서에 출석해 자신의 음주운전 혐의를 시인했다.

일각에서는 B씨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투입된 장 의원실 관계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씨의 변호인인 이상민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B씨는 의원실 관계자나 소속사 관계자가 아닌 ‘아는 형’”이라며 “가족이 사건에 개입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장씨가 A씨와의 현장 합의를 시도하는 도중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다는 점과 이후 장씨의 어머니가 A씨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장씨가) 범인도피 교사 혐의 부분은 자백했고, 뺑소니 부분에 대해서도 블랙박스를 전부 제출했다”며 “본인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와 A씨는 이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시 운전자가 뒤늦게 나타나는 등 수상한 점이 있었음에도 경찰이 곧바로 장씨를 조사하지 않은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경찰 측은 출동 당시 사고가 난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장씨가 있었고, A씨도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보지 못하는 등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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