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지도부, 청문제도 개선 필요 자체는 공감
문제는 정치적 셈법 따라 손질 원하는 사안 차
도덕성, 비공개로 진행해 후보 부담 덜어줘야
반대급부로 임명동의안 통과 대상 확대 필요
전문가 "대통령 알아서 판단하면 청문회 무용"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신촌에서 ‘위선자 조국 사퇴 천만인 서명 운동’을 벌인 뒤 직접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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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인사청문회법을 고치는 등 전반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문희상 국회의장)
“인사청문회법을 많이 고쳐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막무가내 인사가 반복 안 되게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필요하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 모두가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 필요성 자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일련의 발언들이다. 하지만 여야가 각각 손질을 원하는 사안에 대한 이견을 노출하면서 인사청문회 개선 논의는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9차례 법 개정에도 핵심 제도개선 번번이 실패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만 50건에 달한다.
반면 상임위원회 법안 논의는 지난해 11월 27일 운영위원회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 회의를 마지막으로 10개월 가까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치권이 인사청문회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논의 속도가 더딘 이유는 결국 각자의 셈법 때문이다. 간극의 배경은 “신상 털기 인사청문회 때문에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는 여권과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까지 문재인 정권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없는 임명이 벌써 22번째”라는 야권의 주장에서 읽을 수 있다.
결국 해법은 도덕성과 정책검증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임명동의안 통과가 필요하도록 국회 인준권을 확대하는 방안이란 분석이다.
도덕성과 신상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해 후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점은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부분이다. 대신 그 반대급부로 임명동의안 통과가 필수적인 고위급 인사를 부총리급이나 국무위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당리당략을 떠난 여야의 개선 의지다. 서로 한 가지씩 유·불리 카드를 주고받는 만큼 또 정략적 주판알 튕기기에만 매몰한다면 조 장관 청문 정국으로 찾아온 인사청문회 개선 불씨를 꺼트릴 수 있다.
실제로 인사청문회법은 지난 2000년 6월 23일 제정된 이래 9차례 개정을 거쳤지만 핵심적인 제도개선안을 관철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개정안은 인사청문회 대상자를 확대하는 정도의 내용만 담기는 것에 그쳤다.
◇“청문회, 온 국가 나뉘어 소모전 벌이지 말아야”
여권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조 장관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를 국민이 느꼈을 것”이라며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민주당과 지금의 야당이 다 마찬가지”라며 “넘어가도 될 신상 부분을 문제 삼고 있는데 그러면 우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발탁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 교수는 “장관들 임명도 결국에는 국회 표결로 가야 한다”며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든 안 되든 청문회가 열리든 안 열리든 대통령이 지금처럼 알아서 판단을 내린다면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조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채택된 증인 11명 중 1명만 회의장에 나타난 점과 인사청문회마다 논란이 되는 각종 자료 제출 부실도 법 개정을 통해 관련 구속 요건을 강화해야 할 부분들로 꼽힌다.
다만 조 장관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볼 수 있듯이 제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문화분야의 의식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인사청문회를 고위공직자 검증이 아니라 진영 간의 명운을 건 건곤일척(乾坤一擲) 대결 방향으로 진행해서는 백약이 무효하다는 얘기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인사청문회 자체를 순수한 공직자 검증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인사청문회를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인사청문회를 하면서 온 국가가 나뉘어 소모전을 벌이거나 떠들썩하게 전개하지 않는다”며 “인사청문회를 이념적으로 연결해서 편을 갈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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