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5~8일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인디커넥트에는 올해도 규모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많은 게임이 등장했다. 출품된 모든 게임을 다 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게임들 중 인상 깊었던 게임들을 중심으로 간단히 리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글쓴이 본인의 취향도 크게 타는 선택을 거쳤음은 감안하자.
◆래트로폴리스 (카셀게임즈, 카드 디펜스,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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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쥐들의 도시를 맡아 방어하는 게임이다. 적의 공격은 한쪽 방향이 아닌 양쪽에서 이루어지며, 사이드 뷰로 구성한 도시는 전체적으로 인디 게임 '킹덤'의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게임 시간 속에서 플레이는 주어진 카드를 활용한 선택의 틈을 타고 이어진다. 최근 불고 있는 카드덱 방식이 붙은 2차원 디펜스는 초반의 이해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적정선을 탄 뒤로는 꽤나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시즈 오브 리사일런스 (Subtle Games, 턴베이스 건설 운영,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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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메말라 보이는 쿼터뷰 그래픽이지만 '시즈 오브 리사일런스'가 시도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중심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복원'에 있다. 초반에 살아남는 데 중심을 두던 게임은 후반으로 갈수록 더 거대해지는 섬에서 좀 더 복잡한 문명으로의 확장을 연출하는 데 공들인다. 건설·운영류 게임에 관심 있는 플레이어라면 정 붙이기 쉬운 구조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듀랑고'스러운 분위기가 겹치는 묘한 톤을 자아낸다.
◆뉴로슬라이서 (Dream Harvest,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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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하지만 그 시절을 겪은 게이머가 여전히 넘쳐 난다는 점에서 이 장르의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어선 안 된다. '뉴로슬라이서'는 육각 지형을 배경으로 노드 네트워크 개념을 반영한 영토 확장과 전선 구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간만에 보는 실시간 전략은 맵 곳곳의 이벤트들을 통해 한편으로는 정례화되고 한편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게임 흐름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언폴디드: 참극 (코스도츠,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PC·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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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을 소재로 다루는 '언폴디드: 참극'은 전통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구조를 특정 색만 강조되는 부분 모노톤으로 연출하면서 4·3사건이란 한 측면을 낮은 채도로 그려내고자 한다. 게임 시작부터 담담하게 펼쳐지는 게임의 전반적인 톤&매너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으며, 현대사의 아픔을 담아내려는 제작사의 조심스러움과 진중함을 전달한다. 전시 현장에서 긴 내러티브를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미 역사의 경과와 결과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톤의 접근은 특히 인디 게임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높은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리플 이펙트 (아웃사이더 키즈, TPS·쿼터뷰 액션, PC)
올해 BIC는 일반 부문과 루키 부문으로 나누었는데, 루키 부문에선 단연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쿼터뷰 시점으로 바닥과 탄막을 피하던 게임은 마우스 우클릭을 통해 순간적으로 3인칭 슈팅게임으로 변모한다. 서로 다른 두 시점의 구성과 문법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펼쳐지는 보스전 중심의 구성은 정식 발매로 보다 풍부한 콘텐츠가 채워졌을 경우를 상상한다면 더 많은 재미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크게 품는다. MMORPG의 대규모 레이드가 갖는 패턴 무빙과 슈팅액션이 기묘하게 납득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드레이크 앤 트랩 (드레이크마운트, 액션, 모바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레이드를 대표하는 개념이라면 대규모 인원의 일사분란한 바닥 피하기와 점사일 것이다. '드레이크 앤 트랩'을 플레이하다 보면 바로 그 지점을 혼자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싱글 플레이 게임이지만 자원을 통해 소환하는 아군 캐릭터가 점점 늘어나며, 공격 타임과 회피 타임을 팀 단위 명령을 통해 수행하는 과정은 직접적인 회피와는 또 다른, 마치 공대장 오더를 직접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모바일임에도 불구하고 컨트롤 인터페이스에서도 딱히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퍼즐과 적 공격은 점점 강해진다.
◆라스트 버그 (1moby, 턴제 대전, PC·모바일·콘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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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보드게임 '배틀쉽'은 적 전함이 어디 있는지 모른 채 포격을 통해 점차 적의 위치를 확인해 가며 싸우는 구조인데, '라스트 버그'는 그 '배틀쉽' 개념을 숲속의 벌레 대전으로 풀어낸다. 턴 베이스 배틀로열을 표방하지만 배틀로열이라기보다는 분명 '배틀쉽'에 가까운 게임은 점점 줄어가는 영토 속에서 적을 탐색해 가는 과정의 긴장감을 캐주얼하게 풀어냈다. 낙하산으로 떨어지는 보급과 같은 개념들에서는 '배틀그라운드'의 영향력도 감지된다. 물론 여러 사람이 참여하면 정말로 턴베이스 배틀로열이 된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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