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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바꾸자 청문회]논란의 인사청문회, '원조' 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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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손자 동반한 미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석달 넘게 사전 검증… 청문회장은 정책 질의 집중

내각제 유럽국가, 국회의원 위주로 내각 구성

이데일리

존 케네디 상원의원(오른쪽)이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장관의 손자 리엄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존 케네디 상원의원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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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청문회가 정말 재미있어요.”

지난 1월15일 열린 윌리엄 바 당시 미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등장해 깜짝 스타가 된 바의 여덟 살된 손자 리엄이 노트에 썼다는 글이다. 리엄은 양복을 입고 넥타이까지 한 채 방청석에 앉아 할아버지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봤다. 야당인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리엄에게 과자를 건네기도 했다. 윽박지르기와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한국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후보자가 어린 가족을 동반할 정도로 미국 인사청문회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과 달리 신상과 정책을 분리해 검증하기 때문이다. 국세청과 연방수사국 등이 청문회에 앞서 짧게는 석 달, 길게는 1년 넘게 후보자의 신상을 비공개로 살핀다. 개인과 가족의 배경은 물론 직업·교육·세금 납부·금융거래·전과·소송·경범죄 위반 기록까지 살핀다. 230여 개에 달하는 기본 검증항목을 통과해야 인사청문회에 설 수 있다.

신상 검증이 끝났기에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책과 관련한 질의가 대부분이다. 도덕성 검증은 사전 검증 단계에서 어느 정도 끝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비리나 범죄 행위가 폭로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후보자가 “모른다”·“기억나지 않는다”·“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답할 일도 없다. 오히려 의회 모독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신상과 정책 검증이 끝난 만큼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인준을 거부당하는 일은 드물다. 문제가 있는 인사는 이중삼중으로 거치는 사전 검증을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인사청문회는 고성과 막말 대신 정책 방향을 묻는 등 점잖고 품격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787년 헌법 제정 당시부터 인사청문회 제도를 시행해온 미국의 인사청문회의 전통이다.

대통령제가 아닌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는 영국은 2008년부터 사전인사청문회를 도입했다. 여기서도 개인 신상보다는 업무 전문성과 적격성에 초점을 맞춘 질의를 하도록 돼있다. 독일은 미국식 인사청문회 제도 대신 수시 검증 시스템을 활용한다.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하며 선출 과정을 거친 인사들이 고위직에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를 치르면서 경쟁후보와 언론, 유권자로부터 검증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 대통령제인 프랑스는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며 각 정당에서 검증한 인물들이 주로 장관을 맡는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현역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맡는다. 선거과정에서 검증하기 때문에 인사 과정에서 별도로 인사청문회를 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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