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 조세특례 심층평가(Ⅱ) 생산성향상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보고서는 2011~2017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성향상시설 투자 세액공제가 생산성, 유형자산 증감(투자), 고용, 매출, 수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 공제를 받은 기업이 받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과 수익성은 개선되지만, 생산성(노동생산성)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형자산증가 효과가 있긴 하지만, 증가율이 0.02%포인트(P) 높아지는 것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제고 및 생산성 향상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설비에 투자하면 투자금액 대비 일정 비율만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공정개선 및 자동화시설, 첨단기술설비, 공급망관리 시스템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대상이다. 세액공제율은 현재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이 7%인데 내년엔 대기업 2%,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로 늘어난다.
지난 2017년 에쓰오일이 울산에서 건설하고 있는 잔사유(기름찌꺼기) 고도화 시설을 직원들이 점검하고 있다. 해당 시설은 올해 6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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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자산 투자 증가 효과 0.02%P 불과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성향상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받은 뒤 1~2년 뒤에는 유형자산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액 공제혜택을 받은 투자가 연쇄 투자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세액 공제 금액을 기준으로 유형자산 증가율을 분석하면 투자 제고 효과가 0.001%P로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본 제도의 궁극적인 정책 목표인 생산성 증대 효과에 대한 명확한 실증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본 제도의 지원대상인 유형자산 증가율의 상대적 크기는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정책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자인(自認)한 셈이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정책 효과 없음’ 판정을 받고 이듬해 대폭 축소됐었기 때문이다. 2017년말까지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7%로 공제율이 유지되다 2018~2019년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2%P씩 공제율이 축소됐다. 2017년 9월 기재부는 ‘2017년 조세특례 심층 평가’에서 "투자세액공제 대상 장비의 생산성 기여도가 불확실하고 설비 투자로 인한 부수적 고용증대 효과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었다.
정부는 2년 만에 투자활성화를 명분 삼아 제도를 부활시켰으나 정책 효과 분석을 위한 방법론과 분석 자료는 바꿀 수 없었다. 올해 보고서의 경우 국세청의 기업 단위 과세 자료,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 한국기업데이터의 기업 재무자료를 이용했는데 2017년과 거의 같다. 정책 효과 분석을 위해 쓰이는 분석 기법의 경우 정형화 돼있어 새로운 것을 추가하거나 변경하기 어렵다. 한 사립대 교수는 "기업 단위 미시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1~2년 뒤 결과가 달라질 수가 없다"고 했다.
◇‘대기업에 혜택 쏠려’…2년 전엔 ‘축소’ ·지금은 ‘보완’ 근거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기업 규모별로 수혜 현황 및 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이 혜택을 본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규모별 제도활용 현황을 봤을 때 이 제도는 수혜금액 기준으로 일반기업의 활용 비중이 높은 제도"라며 "법인 수 기준 일반기업의 비중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일부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높은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했다.
기재부는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의 제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제도 등 중소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조세특례 제도와의 혜택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또한 2017년 보고서와 같은 내용이다. 2017년 보고서에서 기재부는 "실제 세액 공제를 활용하는 법인을 따져보면 절대적 활용도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또 "공제액 측면에서 소수 제조 대기업에 특혜가 집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세액 공제 혜택 축소에 쓰였던 논리가, 이제 제도 보완의 근거로 활용되는 셈이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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