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심란하기만 하다. 생활 형편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 우선의 문제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주름이 펴질 것이라는 얘기에 솔깃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골목 식당들이 차례로 문을 닫아걸고 있으며, 동네 젊은이들은 대학을 마치고도 빈둥대는 모습이다. 기업들도 돌아가는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고향 부모님께 드릴 선물 꾸러미도 부피가 작아진 것 같아 은근히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더욱 큰 문제는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특권층의 자녀들은 끼리끼리 연줄 덕분에 품앗이 스펙만으로도 대학입시를 무난히 통과한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심지어 몇 학기째 연이어 낙제하고도 격려성 장학금을 받는다고 하니,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서라도 아르바이트에 나서야 하는 ‘흙수저’로서의 처지가 딱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과연 정의롭고 공정하게 움직이는지 캐묻고 있는 것이다. 한가위의 푸근한 정서를 느끼기에는 너무 어긋나 버린 눈앞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민족의 명절을 허탈감으로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지갑이 얇아졌다고 해서 제풀에 위축될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번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초강력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이웃들도 적지 않다. 연초에 일어난 강원도 산불이나 2년 전 포항 지진사태도 뒷수습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 위로하고 다독거리면서 용기를 내야 한다. 두둥실 떠오르는 환한 달을 바라보며 명절 연휴만이라도 넉넉한 기분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에게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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