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와 강하게 의견 달리해…내주 새 보좌관 지명"
美언론들 "깜짝 경질…백악관 내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
대북정책 무게추 안보실→국무부…다소 유연해질 가능성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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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안보사령탑인 존 볼턴(오른쪽)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해 3월22일 임명한 지 1년6개월여만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 ‘슈퍼 매파’로 잘 알려진 볼턴의 경질이 현실화하면서 최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움직임과 맞물려 향후 미국의 대북(對北) 정책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몰아닥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나는 전날(9일) 밤 존 볼턴에게 그가 더는 백악관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적었다. 고위공직자를 내칠 때마다 사용해온 특유의 ‘트윗 경질’을 또다시 택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 배경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그 사직서는 이날 오전 자신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의 봉직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사의를 표한 뒤, “다음 주 새 NSC 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 경질은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애초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폼페이오 국무장관·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과 함께 백악관 브리핑이 예정됐던 터였다. 그의 경질을 사전에 인지한 백악관 내 인사도 극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백악관 전체가 깜짝 놀랄만했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관건은 북한을 비롯한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지 여부다. 그간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 내 외교안보라인 ‘투톱’을 형성해왔던 만큼, 향후 권력의 무게추가 배드캅(bad cop)을 자처했던 안보실에서 굿캅(good cop) 역할의 국무부로 급격히 쏠릴 것이란 관측이 대두된다. 볼턴 보좌관의 퇴장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다소 유연한 기조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때마침 불과 하루 전 북한 측이 이달 말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미국 측에 제안한 미묘한 시기에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이뤄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일각에선 ‘올 것이 온 것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 입성 전부터 주창해왔던 ‘북한 선제타격론’ 등 강경 입장을 견지해오다 보니, 내년 재선을 위해 북한과 대화에 방점을 찍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적잖은 파열음을 내왔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이어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두고 각각 “안보리 결의안 위반”(볼턴 보좌관) “작은 무기”(트럼프 대통령)라고 규정지었던 게 대표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전쟁광’이라고 조롱해왔다”고 적었다. 지난 6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이른바 ‘판문점 회동’ 당시 볼턴 보좌관의 몽골행(行)은 ‘볼턴 패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장 찰스 쿠퍼먼 NSC 부보좌관이 보좌관 권한대행을 맡은 가운데 후임이 누가 올지에 따라 북미 협상에도 미국의 대북정책도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폼페이오 장관과 가까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기용설도 나온다. 다만, 당장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최전선 수장을 바꾸긴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바뀔 거라고 추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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