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유적·유물 쏟아지지만
박물관 없어 뿔뿔이 흩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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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인 1979년 2월 말, 충북 충주 지역 역사 문화 유적을 조사하던 예성동호회(예성문화연구회) 회원 7명은 충주시 중앙탑면 입석리에서 비석 하나를 발견했다. 당시엔 글씨가 없는 ‘백비’로 알려졌다. 하지만 탁본을 했더니 글자가 드러났고, 학술 연구 끝에 고구려비라는 것이 확인됐다. 국보 205호 ‘충주(중원)고구려비’는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이가 유창종(74) 유금와당박물관장이다. 유 관장은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근무할 당시 예성동호회 일원으로 충주고구려비를 발견했다. 그는 “진흥왕순수비를 찾아다니다 우연과 필연이 겹쳐 고구려비를 발견했다. 충주는 고구려 시기 수도인 국내성에 이어 제2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국원성이 설치된 도시였다. 고구려비는 충주가 중요 도시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라고 설명했다. 문화 유적에 조예가 깊은 그는 퇴임한 뒤 기와 등 유물을 모아 박물관을 세웠다.
그는 최근 충주에 고구려 역사를 주제로 한 국립박물관을 세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유 관장은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가 있는 충주는 중국의 역사 왜곡 정책인 동북공정을 극복하고 고구려 문화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중원 문화의 중심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의 문화가 결합·중복·융합해 나타나는 독창적인 문화 공간이어서 박물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주에선 중원 문화 유적·유물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1월 호암동에서 발굴된 기원전 1~2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세형동검 등 국보급 유물 20점이다. 고대 한반도 최대 제철 지역으로 꼽히는 탄금대 제철 유적은 충북도기념물 170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충주박물관 학예연구팀 윤병엽씨는 “충주를 비롯한 중원 문화권에선 그동안 유물 5만7천여점이 발굴됐지만 박물관이 없어 주요 유물들이 주변 박물관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충주 지역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대표 등 184명은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한반도 중앙이라는 뜻을 지닌 중앙탑(충주 탑평리 7층석탑·국보 6호) 주변 등 5만㎡에 박물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손창일 추진위원장(충주문화원장)은 “고대 문화, 고구려 등 삼국의 유물이 융복합 형태를 보이는 독특한 중원 문화를 담을 박물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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