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마다 차량 정비 서비스
지난해 설날 마지막으로 종료
'명절 못 쉰다' 주52시간이 원인
완성차 업계 위기에 '비용절감'
달라진 정비문화도 한 몫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해 2월 설 연휴를 마지막으로 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각 사는 대신 직영·제휴 정비업소에서 연휴 전날까지 사전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90년대 초반 자동차 소유자가 급격히 늘어난 시점부터 제공됐다. 소비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한 차량 안전점검과 소모품 교체를 공짜로 받을 수 있었다.
귀경길에 오른 소비자가 휴게소에 들러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정비사가 차량의 타이어 공기압, 브레이크 성능을 살펴보고 와이퍼도 무상으로 바꿔줬다.
지난 2013년 기흥휴게소에서 기아자동차가 추석 특별 무상점검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 서비스를 지난해 추석부터 중단했다. [기아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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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이유는 우선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제(근로기준법 개정안)가 원인이다. 대기업의 경우 근로자가 추석과 같은 명절에 나와서 근무를 하면 회사는 대체 휴일을 제공하거나 근무에 대해서 수당을 통상임금 대비 1.5배 더 지급한다. 휴일에 일을 더 시킬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주52시간제 도입으로 휴일 근무를 꺼리는 문화가 정착된 점도 관련이 깊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은 연휴에 근무하기를 꺼리고, 하더라도 인건비가 많다 보니 서비스 규모가 축소됐다"고 전했다.
업계는 지난 2015년 고속도로 휴게소 13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18년 2월에는 9곳까지 줄였다.
비용절감도 이유였다. 국내완성차가 휴게소에서 무상점검 서비스를 하려면 인건비는 물론 임시 정비시설과 각종 소모품 마련을 위한 비용이 들었다. 휴게소 일부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별도 계약을 맺고 임차료도 내야 했다.
사고 등으로 차량정비가 필요하면 보험사 긴급출동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점도 이유다. 90년대부터 차량 홍보 차원에서 이 서비스를 지속하던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중단한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무상점검 서비스는 소비자가 급할 때 이용할 수 있고 무상으로 소모품을 교체해준다는 점에서 호응이 적진 않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전후 고속도로 휴게소 무상점검 서비스 이용 소비자는 연휴 기간(3~4일)을 통틀어 평균 2만~3만대 수준이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사전에 정비소에서 소비자가 공짜로 점검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면서 이 서비스를 대체했다. 현대·기아차는 블루핸즈 직영점과 가맹점에서 연중 상시로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예약한 후 예정된 시간에 기다림 없이 점검받을 수 있는 사전 점검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가 많다"며 "고속도로 휴게소 점검보다 더 체계적인 차량 정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추석 전 국내 완성차 업계 정비망을 통해 사전점검을 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자사 직영·협력 서비스센터(총 2224곳)에서 무상점검을 제공한다. 르노삼성차(12곳), 쌍용자동차(2곳)는 자사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한다.
다만 한국GM의 경우 올해에는 사전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GM 노동조합이 9~11일 3일 전면 총파업에 나선 까닭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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