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이미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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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함을 느낀 최씨는 남성에게 "통장을 가져와야 적금을 해지할 수 있다"며 통장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 남성의 휴대전화와 집 전화로 연락했다. 하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남성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했음을 직감한 그는 당장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이 남성은 "아들을 납치했으니 5000만원을 보내라. 다른 가족이나 경찰에게 알리면 아들을 살해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우리 지점에서만 비슷한 전화금융사기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며 "이후 계좌 이체 등을 거부하고 거액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하겠다는 고객은 유심히 살펴보고 거액을 찾는 이유 등을 상세하게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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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전화금융사기, 젊은 층도 피해
전화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사건은 5883건으로 피해 금액만 707억원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도 3894건(보이스피싱 3776건, 메신저 피싱 118건)이 발생했다.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하는 고전적 방법에서 최근엔 자녀 납치, 은행 등을 빙자한 대출 유도 등 방법도 다양하다. 수법도 교묘해지면서 고학력자는 물론 20~40대 등 젊은 층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1억원 이상의 고액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한 고객을 설득하는 은행원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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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찰은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해 예방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사기범들이 수사 당국의 추적 등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요구하는 점 등을 노려 최근엔 은행 등 금융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갑자기 거액을 인출하는 고객에게 은행원들이 출금을 지연시키면서 사기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올해 4월부터 공동체 치안을 활성화하기 위해 범죄예방, 범인 검거 등에 기여한 시민에게 수여하는 '우리 동네 시민 경찰' 선정 사례를 분석해보면, 전체 346건 중 68건이 은행원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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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눈썰미에 사기범죄 막기도
은행원들이 범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비법(?)은 날카로운 눈썰미에 있었다.
시흥시의 한 농협 지점에서 일하는 이희왕(53) 지점장은 지난달 19일 주차장에서 마주친 지점 단골인 70대 부부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부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봐도 부부는 손사래만 치고 "빨리 통장 안에 있는 돈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달라"고만 요구했다. 부부를 유심히 지켜보던 이 지점장은 이들이 바지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작 거리는 것을 의심했다. 살짝 종이와 펜을 건네며 "잘 지내시냐?"고 묻자 부부는 떨리는 손으로 "아들이 납치됐다"고 썼다. 전화금융사기임을 직감한 이 지점장은 부부를 응대하는 직원에게 시간을 끌도록 하고 친분이 있던 부부의 아들에게 연락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을 당한 피해자가 은행원에게 쓴 메모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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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사기 사건이었다. 부부의 아들은 평소처럼 일하는 중이었다.
이 지점장은 "전화 금융사건의 범인들은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협박하며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가족의 안위를 확인하지 못하게 한다"며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고객은 유심히 살펴보고 대신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하면서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은행에서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귀띔해도 일부 피해자는 이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젊은 층에 속하는 20~40대의 경우 "내가 사기를 당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반발한다고 한다.
한 은행원은 "아무리 봐도 전화금융사기를 당한 것 같아 출금을 지연했는데 '나는 속을 사람이 아니다. 빨리 돈을 달라'며 항의하는 고객도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니 은행원의 직감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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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스미싱 피해 등도 급증
최근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으로 택배회사나 지인을 가장해 금품을 빼앗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메신저 피싱, 스미싱이다. 문자메시지(SMS)와 피싱(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문자에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면 악성 앱이 설치돼 금융정보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다.
경찰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휴대전화로 안부나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노린 스미싱은 물론 전화금융사기도 급증하고 있다"며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주소가 문자로 전송되면 누르지 말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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