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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도서관 일요일도 열자” 아동의회 결정에 휴무일 바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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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가보니

어린이·청소년군의회 운영하고

직접 아동정책 제안해 펼치기도

서울 성북구, 완주군 등 38곳 인증

중앙일보

완주군의 청소년센터 고래에 모인 고산중 1학년 학생들. 이들은 방과 후에 여기서 쉬거나 상담‧공예‧문화 기획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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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전북 완주군의 청소년센터 고래. 오후 4시 30분이 되자 중학생 3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차례로 볶음밥을 받아 자유롭게 식사했다. 다 먹은 학생들은 탁구를 치며 놀았다. 고산중 1학년 김재동(남)군은 “방과 후 이곳에서 6시까지 있는다”며 “친구들과 같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이효형(13·여) 학생은 “큰 거울이 있는 방에서 친구들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고 말했다. 이곳은 원래 농협창고였다. 지난해 7월 지역 주민의 의견으로 청소년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군청은 청소년을 모아 이 공간에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내고 결정하게 했다. 노래방 기계, 마당 한편에 있는 길고양이 집 등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청소년이 직접 제안하거나 손수 만든 것이다.

완주 비봉초 근처엔 초등학생을 위한 다함께 돌봄센터도 있다.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과 완주군이 함께 만든 신기방기놀이터를 지난 7월 돌봄센터로 발전시켰다. 마당에 있는 둥그런 물놀이터는 지난 1월 지역 아동들과 고기웅 건축사가 함께 디자인해 만들었다. 아이들 바람대로 여름엔 물놀이터, 겨울엔 팽이치기를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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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지역 아동들의 의견을 함께 나누며 디자인한 물놀이터. 겨울엔 물을 담아 얼려서 팽이치기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사진 완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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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은 2015년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도시다. 서울 성북구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현재 38개 지자체가 인증을 받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실천하는 지역 사회를 일컫는다. 각 지자체는 유니세프가 정한 10가지 구성요소를 지키는 정책 구조를 만든 후, 유니세프의 심의를 거쳐 인증을 받는다. 이 원칙엔 ▶아동의 참여 ▶아동친화적 법체계 ▶아동 권리 담당 및 조정 구조 등이 포함돼 있다.

완주군이 대표적 아동친화도시로 꼽히는 건, 다양한 활동과 정책으로 실제적인 아동 참여를 이끌어내서다. 2016년엔 아동정책 민간 전문가인 홍문기 박사를 채용했다. 홍 박사가 가장 고심한 분야는 아동의 참여 의식이었다. 그는 “당시 완주군의 전반적인 아동 권리 수준은 낮지 않았지만, 아동 스스로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며 "여러 지표 중 참여 의식이 낮았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완주군은 2017년 어린이‧청소년의회를 만들었다. 어린이의원 18명, 청소년의원 20명을 공개 모집하고 기관 추천 등의 절차를 통해 뽑았다. 아동 의원들은 매월 모여 필요한 정책을 토의하고, 10~11월 본회의 때 정책을 직접 제안‧의결한다. 아동회의에서 결정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 2억도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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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일 완주군수는 "미래세대 육성이라는 완주군의 지향에 따라 아동친화도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게 됐다"며 "완주군이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로 자리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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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일 완주군수는 “아동의회에서 군정질의를 할 때 뿌듯하다”며 “군의회 못지않게 성실한 질의가 오간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아동이 직접 의회에 참여하는 건 민주 의식과 리더십을 기르는 과정이다. 아동을 위한 정책을 어른의 관점이 아닌, 아동 스스로가 펼치도록 하는 게 아동 권리의식을 높이고, 미래 세대를 건강하게 기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아동의회에서 나온 정책의 일환으로 완주공공도서관은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꿨다. 어린이 의원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휴일에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다고 의견을 내서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성종은 아동권리본부장은 “아동친화도시는 단순히 놀이터가 몇 개 더 있는 도시가 아니라, 아동 권리를 법적·행정적으로 보장하는 지역사회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완주군처럼 아동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성 본부장은 “아동 권리가 어른의 선의에 의해 보호되는 것이 아닌, 아동이 직접 정책에 참여·모니터링하고 더 나아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완주=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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