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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World] 5G·8K…中스마트굴기, 베를린을 점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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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19`는 수백 곳의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과시하는 등 치열한 `한·중·일 기술전쟁`의 축소판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의 공세에 맞서 폴더블폰 등 신제품을 선보이며 `5G 선도국가`임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이날 처음 일반에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이 20~30분씩 줄을 서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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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지난 5일 시작된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9'가 6일간 일정을 마무리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초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던 IFA에 전년보다 200개 이상 많은 1900여 개 업체가 참여하면서 성황을 이뤘다.

5G, 8K, 인공지능(AI), 자율주행, 폴더블폰 등 이번 행사에 나타난 기술 트렌드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오히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트렌드가 아니라 참여 국가다.

지난해 IFA에 참여한 1700개 기업 가운데 중국 업체가 700개에 달했는데 올해는 그 비중이 절반 가까이로 많아졌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 왜 이렇게 대거 밀려왔을까 싶어 깜짝 놀랐지만 올해 초 CES에서 벌어진 일을 돌이켜 보면 그리 놀랍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중 무역분쟁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지만 올 초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가장 강력했던 시점이라 실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이 입국심사 때 거부당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큰 계획을 발표하거나 신제품을 내놓을 중국 업체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에 유럽 시장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됐다. 불확실성을 회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은 미국 시장에 매달리기보다는 가능성 높은 유럽을 공략하려는 중국 회사에 IFA 2019는 분명 매력적인 장소였을 것이다.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중국의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깔리자 중국 기업들은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과 함께 울분을 토해내듯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결국 미국 무역규제의 풍선효과가 이번 IFA 2019의 중요한 흥행 요소가 된 것이다.

매일경제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중국 기업 화웨이가 세계 최초 5G폰용 모뎀·AP 통합칩 `기린 990 5G`를 공개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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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중국 기세에도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가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력 알리기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IFA 전시장에 따로 전시관을 마련해 차별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종종 IFA를 통해 하반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노트를 선보였지만 올해는 미국 뉴욕에서 출시 발표를 끝내고 이미 판매에 돌입한 만큼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미국 리뷰어들에게 혹평을 받으면서 출시가 연기됐던 갤럭시폴드를 처음으로 IFA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20~30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로선 가전이 주축이 되는 이 전시회에서 크지 않은 스마트폰 전시 공간으로도 관람객들에게 주목받았으니 성공한 이벤트로 봐야 할 것 같다. 실제 관람객들 중에선 꽤 멀리 떨어진 삼성전자 부스를 찾기 위해 위치를 수소문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됐다. LG전자도 듀얼스크린 V50의 파생모델인 V50S를 선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LG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중국 회사인 화웨이도 만만찮았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가 출시될 예정인 오는 18일 뮌헨에서 새로운 스마트폰 메이트30 5G를 내놓겠다고 맞불을 놨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퀄컴보다 우수한 5G 스마트폰용 통합 칩셋을 강조하면서 전면전을 선언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우리 업체가 주도할 것으로 봤던 8K TV도 중국과 일본의 수많은 업체가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8K는 4K보다 4배 더 선명한 TV로 LG전자가 공개적으로 세계 1위 삼성전자의 8K TV 화질이 국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이슈를 제기했다. 이 같은 경쟁이 8K TV 시장을 키울지 아니면 시장 개화를 막을지 관심사다.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주목 포인트였던 AI는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이 확인됐다. 수많은 업체가 AI를 탑재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알렉사 서비스가 탑재된 전시관에 다녀와 도장을 찍어 오면 룰렛을 돌려 사은품을 제공하는 간단한 이벤트만으로 많은 사람을 끌어모았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AI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제는 제품에 탑재된 서비스로 인식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IFA의 또 다른 트렌드였던 스마트홈 역시 가전을 쓰는 실생활에서 IT 기기를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설명하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의 전시가 많았다.

특히 5G로 인한 초연결에 대한 서비스는 콘셉트로 설명하는 데 머물러 있어 여전히 스마트폰 외에는 특별한 기기를 찾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사실 5G 서비스의 미래를 본다거나 AI의 진화에 대해 보고자 한다면 16만1200㎡에 이르는 모든 전시장을 샅샅이 둘러봐야 한다. 이번 IFA 2019는 관객에게 감탄을 자아낼 만한 소재라기보다는 B2B 성격이 짙어졌다. 자동차 모빌리티에 대한 전시도 실제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동안 IFA는 자동차 회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발표 행사 빼고 전시장에서 관람 가능한 것은 별로 없었다. 국내 한 대기업의 글로벌 언론 담당은 "가전에서 IT 트렌드가 다양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사실상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에 대한 취재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IFA는 유럽 시장에 도전하려는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에겐 사실상 만족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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