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임원교체 등 요구… 자회사 CNN과 악연 트럼프
“가짜뉴스 없앨 기회” 반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엇이 미디어 회사로 다각화를 추진하는 경영진의 전략을 비판하고 일부 자산 매각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워너 인수를 두고 “계약 후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전략에 대한 혼란이 있다”고 비판했다. 디렉TV 인수 등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엘리엇이 확보한 AT&T 지분은 약 1.2%다.
엘리엇은 AT&T 경영진 승계 등을 문제 삼고 외주화, 사무실 및 지점 통폐합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AT&T 주가는 전일 대비 1.49% 오른 36.79달러에 마쳤다.
엘리엇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월가 유명 투자자 폴 싱어(75)가 1977년 설립했다. 블룸버그 기준 지난해 약 350억 달러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합병은 결국 성사됐지만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그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2018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무산시키며 경영 간섭을 노골화하고 있다. 2001년에는 재정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헐값에 사들인 뒤 수년 뒤 막대한 이윤을 챙겨 국가 부도에 일조했다. ‘벌처(vulture·동물 사체를 먹는 독수리) 펀드’의 대표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CNN에 줄곧 적대감을 드러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엘리엇의 행보를 두둔했다. 그는 트위터에 “한 행동주의 투자자가 AT&T에 개입하고 있다는 훌륭한 뉴스가 있다. 그들은 매우 낮은 시청률을 보이는 CNN에서 나오는 가짜뉴스를 당장 중단시킬 것”이라고 썼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싱어의 관계에 주목했다. 2016년 대선에서 반(反)트럼프 진영에 있던 싱어가 선거 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며 대통령 쪽으로 돌아섰다고도 덧붙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 기자회견에서 “싱어가 전폭적 지원을 했다”고 밝혔고 그를 백악관에서도 만났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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