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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北 ‘대화와 도발’ 양면전략… 美에 ‘새로운 계산법’ 내밀며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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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올 10번째 발사체 도발]北, 美에 협상제의 7시간뒤 무력시위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북한의 대화 메시지에 대해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페이엇빌=AP 뉴시스


북한이 9월 하순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단거리발사체 도발을 감행하는 ‘변칙 행보’를 앞세우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밀당에 나선 모양새다. 미국이 판문점 3차 북-미 정상 간 회동 이후 두 달 넘게 ‘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다가도 ‘한일 핵무장론’을 언급하는 등 압박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것처럼 강온을 숨 가쁘게 오가며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 나서는 것이다.

미국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밤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유세장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관련해 방금 나온 성명을 봤다. 흥미로울 것”이라며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협상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미 국무부는 백악관에 비해 다소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국무부는 북한이 9월 하순 협상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우리는 이 시점에 발표할 어떠한 만남도 갖고 있지 않다”고 논평했다.

북한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개됐는데도 도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등 대남 타격 목적의 도발에 대해서는 잇따라 사실상 ‘면죄부’를 발급한 만큼 북한 측이 이를 최대한 활용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수석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보다 더 회담을 원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에 대화를 제안했다가 도발로 곧장 압박하면서 (실무협상에서) 최대한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북한의 전술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본격적인 대화를 앞두고 아직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아직은 더 많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와야 한다는 북한 요구에 대해 “‘미국이 먼저 제재 해제를 하고, 영변 정도를 내놓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하노이 회담 당시 입장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여전히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오랜만에 먼저 공개적인 대화 제스처를 내보이고 있는 만큼 9월 말까지 한미 외교당국의 발걸음도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0일 오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전화 통화를 갖고 최선희 담화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북-미 대화 상황 전반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 본부장의 9월 중 방미 계획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9월 말 유엔총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회의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 당국자는 이 같은 관측에 대해 “과거의 전례를 봤을 때 이런 (불참) 결정이 잘 번복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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