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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사설] 비핵화 협상하자면서 발사체 쏜 北의 이중적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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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북한이 어제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방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330㎞로 탐지됐다. 발사체가 서쪽 내륙에서 동해 쪽으로 발사됐다는 점에서 신형무기체계의 내륙횡단 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급 발사체를 쏜 건 지난달 24일 이후 17일 만이다. 올 들어서는 10번째 도발이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이 발사체를 쏜 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전격적으로 미국에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최 제1부상은 그제 밤 담화를 통해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북·미 정상이 6·30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협상 재개를 외면하다가 갑자기 응하겠다고 발표한 뒤에는 발사체를 쏘는 북한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북·미 협상에서 안전보장 문제를 의제화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 제1부상 담화에 대해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여 실무협상은 이르면 이달 중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북·미 실무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온 건 다행이다.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북·미는 각각 ‘새로운 계산법’과 ‘창의적인 해법’을 상대편에게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에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요구하면서 “미국 측이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북·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한·미 연합훈련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등 안전보장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건 북한이 핵 폐기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관건이다.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루려면 북한이 먼저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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