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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사설] 통합 대통령기록관 3년 만에 따로 기록관 짓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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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부가 172억원의 예산을 들여 문재인 대통령의 기록관을 따로 건립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 5월 개관 목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부지매입 비용 등 32억원을 편성해 부산을 비롯해 문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등지를 대상으로 부지를 물색 중이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이 재임 중에 국정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기록과 자료를 수집해 영구 보존하는 기관이다. 2007년 성남 나라기록관에 처음 문을 열었고, 2015년 세종시에 통합 대통령기록관을 준공해 이듬해 개관했다.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현재 통합 기록관의 사용률이 83.7%에 달해 거의 포화 상태라는 점을 건립 이유로 꼽는다. 개별 기록관을 건립할 경우 퇴직 대통령과 국민의 대통령 기록물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향후 대통령별로 특성에 맞는 다양한 기록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통합 기록관을 짓는 것보다 개별 기록관을 짓는 게 재정부담이 작다는 터무니없는 설명까지 보탠다.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혈세의 무거움을 알아야 한다. 개별 기록관 건립에 쓰이는 172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 돈은 온갖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이다. 정부가 예산 집행권이 있다고 쌈짓돈 쓰듯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경기 침체로 올 들어 7월까지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00억원이나 감소했고, 국가채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처지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도 시원찮을 판국에 통합 기록관을 개관한 지 3년여 만에 따로 건물을 짓겠다니 제정신인가.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 증축이나 전용기 구입 등 자신과 관련한 일에 세금을 쓰는 것을 극도로 조심했다. 국민의 눈이 두려운 까닭이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계획을 당장 접어야 한다. 통합 기록관의 공간이 부족하다면 증축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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