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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檢개혁 정면돌파' 文대통령, '曺 임명'…승부수 될까?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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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의지 이미 엄정"…조 장관 본인 의혹 법리검토 결과 반영했을 듯 / 文대통령 "조국 입명"…檢개혁 앞세워 정면돌파 / 어수선한 검찰…'수사는 원칙대로' / 10여분 만에 끝난 조국 취임식…검찰 측 고위직은 1명만 참석 '불필요한 오해 피하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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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통시에 검찰 수사 관련해 단호히 선을 긋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조 장관을 비롯한 장관 및 장관급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조 장관과 검찰 수사의 관련성을 짤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일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조 장관이 임명되면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뤄진 지난 6일 조 장관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논란과 관련해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의 기소 후 보수 성향의 야권과 검찰 일각에서는 장관의 가족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가족이 수사를 받는 장관이 제대로 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를 찍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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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문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수사의 추이를 '예단'하지 않고 법무장관과 검찰이 각각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는 '분리 대응' 기조로 해법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보였다"고 역설하고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큰 틀에서 조 장관을 통해 '검찰 개혁'의 완수를 추구하고, 검찰을 통해서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의 독립성'을 꾀하는 '두마리 토끼' 잡기를 시도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윤석열 총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권력형 비리를 처리해 희망을 주셨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청와대든 정부든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한 것 자체가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재차 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검찰 개혁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文대통령 "조국 임명"…檢개혁 앞세워 정면돌파

고심 끝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단행한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보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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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 신임 장관들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결국은 조 장관 카드를 끝까지 관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권력기관 개혁 완수라는 국정과제 실현의 엄중함 때문이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설명이다.

특히 여기서 물러설 경우에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 만에 '조기 레임덕'에 빠져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임명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개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조 신임 장관이 검찰의 수사와 야당의 반대 속에 낙마한다면 이후 권력기관 개혁 작업도 힘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또 이번 후퇴가 '선례'로 남는다면 앞으로의 인사나 정책 결정에서 야권의 공세가 더 거세질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조 장관의 임명을 언급하며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도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경우 문 대통령과 여권을 떠받쳐온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대변되는 개혁 열망에 기반해 출범한 정부"라며 "개혁에서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핵심 지지층이 돌아선다면 상당한 내상을 입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약속한 공약을 최대한 성실하게 이행할 책무가 있다"며 "저는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국민에게 지지를 받았다. 적어도 대통령과 권력기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개혁에는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인정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 개혁)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된다.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이를 뛰어넘는 개혁작업에 매진한다면 결국에는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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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생중계 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번 선택으로 향후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은 검찰의 압박에 꺾이지 않고, 오히려 검찰을 철저히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며 "검찰과 충돌이 한층 격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한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은 그대로 보장하되, 이와 별개로 검찰 개혁은 박차를 가하겠다는 '원칙'을 앞세워 문제를 돌파해 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조 신임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모양새가 됐다"며 "문 대통령은 지지했지만 조 신임 장관 임명에만 반대해 온 사람들의 경우 이번 인선으로 인해 마음을 돌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국 임명, 어수선한 검찰…'수사는 원칙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가족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두고 검찰 주변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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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는 조국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직접 수사 중인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 임명과 검찰 수사는 무관한 일"이라며 "수사는 법관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수사할 일이 있으면 묵묵히 수사하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지가 검찰 내부에 확고하게 전달되면서 조 장관의 임명을 침착하게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 모습이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가 탈(脫) 검찰화 된 상황에서는 본인이나 가족이 기소된 사람도 얼마든지 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고 본다"며 "장관은 장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검찰은 검찰대로 원리원칙에 맞춰 수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 인사도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가 교과서적으로 철저한 긴장 관계로 가는 것"이라며 "박상기 장관 때는 법무부와 검찰이 구두로 협의하고 했지만, 새 장관과는 이런 절차가 가능하지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을 총지휘하는 대검찰청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장관 임명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 대검 관계자는 "장관 취임과 상관없이 수사는 일정대로 법과 원칙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장관 임명과 검찰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검사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수사와 무관하게 진행될 조 장관의 검찰 개혁에 기대를 건다는 반응도 있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가 장관으로 왔고, 검찰도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이 말했듯이 검찰 개혁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 고위 간부는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과 그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이 병존해야 하는데, 걱정스러운 상황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장관 임명과 상관없이 수사가 공정하고 엄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청와대나 검찰 모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급 검사도 "검찰로서는 수사가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전이라도 강제수사에 돌입하고 공소시효에 맞춰 기소를 한 것"이라며 "자칫 한 쪽에 치우친 결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새로운 검찰 수사에 적합한 절차였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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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생중계 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반대로 검찰 인사권을 가진 조 장관이 보복 인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자기 가족을 건드린 검찰에 대해 감정이 좋을 수가 없고 가족 수사를 정부 여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해서 보복 인사를 하거나 사실상 수사팀을 와해시키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인사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0여분 만에 끝난 조국 취임식

조국 법무부 장관의 취임식은 이날 오후 4시 30분 과천 법무부 청사 7층 대회의실 열렸다.

취임식은 단 10여 분 만에 끝났다.

'제66대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식'이라는 플래카드를 뒤로하고 조 장관이 단상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족과 관련된) 의혹만으로 임명을 안 하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임명장을 수여한 지 2시간 30분 만에 열린 취임식이었다.

조 장관의 등장에 법무부 직원들이 박수를 치고, 한 직원은 '환영'이라는 글자를 서류철에 끼워 펼쳐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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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은 "오늘 제게 주어진 기회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께서 잠시 허용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취임사를 읽어나갔다.

법무부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장관의 뜻"이라며 평소 산하 위원회 회의실로 쓰는 공간에서 간소하게 취임식을 열었다.

조 장관 임명 여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취임식장에는 법무부 직원들 못지않게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1시간 30분 앞서 열린 박상기 장관의 이임식엔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과 김영대 서울고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참석했으나 조 장관 취임식에는 법무부 소속이 아닌 검찰 측 고위 인사는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유일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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