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그럴 줄 알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전격 임명한 9일 검찰 관계자는 담담하게 답했다. 일부 검사들이 이따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대체로 문 대통령 담화를 빌려 “검찰은 검찰이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할 일을 하자”는 반응이었다. 평소에도 조용한 대검찰청 청사는 이날따라 더 적막했다.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며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을 특수부 화력을 총동원해 수사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 검찰에선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복잡한 속내가 묻어난다.
검찰은 일단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외부 일정이 따로 없어 청사에서 업무를 본 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윤 총장은 간부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사는 부패한 것과 같다. 중립성을 지키면서 본분에 맞는 일을 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조 장관 임명에 대해 “별도의 입장은 없다.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 관계를 검찰이 수사로 명백히 규명해내면 국민들도 수사 착수의 정당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발인 신분으로, 앞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검찰은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는 것이다.
오전까지만 해도 침묵하던 일부 검사들은 조 장관이 취임사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 권한 분산,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등을 연거푸 언급하자 “조 장관이 검찰 수사팀을 교체하거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 수사를 흔드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에 대한 ‘십자포화’로 조 장관을 엄호할 경우 검찰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올 4월 말 검찰 개혁법안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고소 고발된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점도 변수다.
서울남부지검은 조 장관 가족이 검찰의 강제 수사를 받기 전인 지난달 22일 경찰과 협의해 지난달 26일까지 사건을 넘겨받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의 보강수사가 길어지면서 한 차례 연기됐고, 공교롭게도 검찰은 조 장관 취임 다음날인 10일 관련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 받게 된다. 송치 배경은 조 장관과 무관하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은 여당과 야당을 모두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조 장관 관련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해 여권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이 한국당을 압박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패스트트랙 사건의 피고발인은 총 121명이다. 피고발인 국회의원 109명 중 한국당 소속이 59명에 이른다. 특히 한국당 의원 31명은 이미 세 차례 경찰의 출석 통보를 받고도 응하지 않았다. 이들이 검찰 조사까지 거부할 경우 검찰이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싸움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조 후보자의 부인처럼 조사 없이 한국당 의원들을 기소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조 후보자 관련 수사와 패스트트랙 수사가 기계적인 균형을 맞춘다면 ‘윤석열의 검찰’은 순항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 협공을 당하면서 자초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닥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 수사로 여당에 비판받고, 패스트트랙 수사로 야당에 공세를 당할게 뻔하다“라며 ”여러모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민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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