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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박준희의 내 인생의 책]②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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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경향신문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던 때는 2010년 제8대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처음 당선되고 얼마 안돼서였다. 시의원이 되고 나니 이전에 관악구의회 구의원이었을 때와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데 필요한 시야의 깊이와 폭이 비교가 되지 않았다. 때마침 인식과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지인이 이 책을 건네주었다.

동서고금의 사건과 철학을 호출하며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지만 예리한 칼로 두부를 자르듯 정의(正義)가 무엇인지 정의(定義)하기란 샌델 교수마저도 쉽지 않은 문제다. 세상의 모든 인식과 판단은 만인의 이익과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관악구 청사 1층에는 구청장과 만나기를 원하는 주민이면 누구나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관악청이 있다. 이곳에 주민들이 들고 오는 민원을 경청하다 보면 대부분이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연들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행정은 철저하게 법과 규정, 예산의 틀 안에서 집행돼야 한다.

그때마다 그저 안된다고 답하기보다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주민을 위해 가장 정의로운 행정이 될지 고민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정의란 무엇인가>를 자주 들춘다. 법과 규정을 다소 어겨서라도 주민의 안타까움을 덜어주는 것이 정의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규정을 칼같이 지키는 것이 정의인가.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 기술의 상용화가 임박한 것 같은데 기계장치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인간의 윤리·도덕적 판단까지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에 이르면 ‘정의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박준희 | 서울 관악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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