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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일상 속에 침투한 ‘폭력’ 몸짓으로 고발하다…서울세계무용축제 내달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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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젠더 등 폭넓은 주제

미투·갑질 계기 ‘폭력’ 향해 질문

경향신문

메테 잉바르첸의 <69 포지션즈> ⓒCharles Roussel·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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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공격만이 폭력일까. 일상 속으로 침투한 폭력의 본질을 몸으로 드러내는 공연이 펼쳐진다.

국내 최대 무용축제인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 22번째 행사가 다음달 2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CKL스테이지, 한국문화의집, 문화비축기지 등에서 열린다. 올해는 18개국 58개 단체가 참여한 50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정치·사회적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첫 시도였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폭력’을 주제로 정했다. 폭력 특집의 직접적 계기가 된 사건은 사회 전반을 덮친 ‘미투 운동’과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갑질’이다. 신체적 폭력만이 아닌 섹슈얼리티, 젠더, 고정관념, 이데올로기, 인종차별까지 폭력의 다양한 종류와 측면을 다룬 작품으로 사회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한국 사회, 더 나아가 현대 사회는 가시적 폭력 외에도 심리적, 제도적인 보이지 않는 관계나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폭력이 지배하고 있다”며 “예쁘고 아름다운 춤도 중요하지만, 무용이라는 예술을 통해 사회·정치적 문제나 철학적인 이슈를 짚어볼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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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작인 벨기에 무용단 울티마 베스의 <덫의 도시>는 무용·영화·음악·텍스트 등 여러 매체를 혼합한 총체예술 작품이다. ⓒDanny Willems·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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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작품은 ‘벨기에 인베이전(Flemish Wave)’의 대표주자 빔 반데케이부스의 ‘울티마 베스’가 지난해 초연한 최신작 <덫의 도시>다. 벨기에 인베이전은 1980년대 후반부터 벨기에를 현대무용 주류로 끌어올린 무용계의 흐름을 뜻한다. 안무가뿐만 아니라 비디오 아티스트, 사진작가로도 잘 알려진 빔 반데케이부스는 무용, 영화, 음악, 텍스트가 결합한 이 작품에서 태고부터 시작된 인간의 갈등과 불가해한 재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폭력에 관한 무용판 종합보고서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덴마크 안무가 메테 잉바르첸의 <69 포지션즈>는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다. <69 포지션즈>는 섹슈얼리티와 공적 영역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레드 피스> 연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작품에선 거리낌없는 누드와 무절제한 에로티시즘, 1960년대의 반문화적인 해방 등을 보여준다. 퍼포머와 관객 사이 간극 없이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회당 단 69명의 관객만이 입장할 수 있다.

폭력의 개념은 육체 바깥으로도 확장된다. 미국의 제이드 솔로몬 커티스는 발레 테크닉을 바탕으로 다양한 춤 언어를 결합해 ‘Nigger(깜둥이)’라는 차별적 단어를 살펴보는 <Black Like Me: Exploration of the word Nigger>를 선보인다. 인종차별의 깊고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부정적 의미가 희석된 채 일상생활에서도 가볍게 사용되는 말의 무게를 고발한다. 일본에서 1972년 집단생활 중 동료 대원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합적군파의 아사마 산장 사건을 소재로 무용단 ‘게다고로’가 선보이는 <하늘>은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가진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트프로젝트보라의 <무악(舞樂)>은 윤이상이 전통춤 춘앵무를 보고 작곡한 ‘대관현악을 위한 환상적 무곡-무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안무가 김보라가 폭력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재해석했다.

폭력을 주제로 한 작품 외에도 이탈리아 현대무용을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특집 등 7편의 해외 초청작품도 관객들을 기다린다. 캐나다 유명 안무가 마리 슈이나르의 <쇼팽 24개의 전주곡>도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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