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속담에도 숨은 맥락이 있습니다. 부어( 魚), 이어(鯉魚)가 붕어, 잉어로 바뀌듯 숭어도 수어(秀魚)에서 바뀐 것입니다. 원래 이름이 수어(秀魚)인 만큼 맛 좋은 생선이죠. 그런데다 숭어는 흔하게 잡혀 값도 꽤 저렴했습니다. 이 싸고 맛 좋은 물고기가 느닷없이 어느 때인가 값이 뜁니다. 연일 날씨 사나워 못 잡거나 이상기온으로 자취를 감춰서일 수도 있겠지요. 숭어가 비싸지니 어물전 왔다 헛걸음하기 싫어 망둥이를 사 갑니다. 망둥이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 망둥이 가격도 덩달아 뜁니다(망둥이 가격이 뛰면 꼴뚜기 값도 물 뿜고 따라 뛰겠지요). 뛰는 생선인 숭어와 망둥이로 ‘위로 뛰다’ ‘물가에서 뛰다’와 ‘가격이 뛰다’ ‘물가가 뛰다’를 연결한 셈입니다. 지금은 애초의 의도가 희미해져 분수 모르고 덩달아 남 따라하는 사람을 뭐랄 때만 쓰지만요.
동료가 신형 차를 사니 없는 살림에 차 바꾸고 싶습니다. 옆집 애가 필요한 유학 간다니 불필요한 우리 애도 비싼 코스를 밟습니다. 따라 하지 못하면 돈 없는 자격지심에 화가 납니다. 내 어디가 저만 못해서! 네, 맞습니다. 사람마다 어느 한곳, 어느 한때 남보다 뛰어날 수(秀)가 있습니다. 숭어가 봄에 맛있다면 망둥이가 맛있는 철은 가을입니다. 망둥이 철에 남들 따라 숭어 먹어보겠다니 꼴뚜기마저 비웃습니다. “제때 제맛도 모르고 뛰는 저 얼간망둥이!”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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