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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트럼프 ‘탈레반 외교쇼’ 차질… 난기류 빠진 평화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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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루 전 회담 취소 놓고 논란 / “9·11 앞두고 정부·與 반발 영향” / WP “협상 결렬돼도 철군 단행” / 폼페이오, 北·이란 협상 예로 들며 / “미국인 보호 최우선 조건” 강조

세계일보

탈레반 회담 깨고 골프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본인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유롭게 골프를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반군조직 탈레반과 깜짝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했지만 하루 전 전격 취소했다.스털링=AP연합뉴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간의 평화협상이 난기류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11테러 사건 발생일을 목전에 두고 지난 7일(현지시간) 평화협정 체결을 전격 취소했기 때문이다.

8일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반군조직 탈레반의 지도자들을 자신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화려한 ‘외교쇼’를 극비리에 시도했다가 하루 전에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5일 탈레반의 공격으로 미군 1명이 포함된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회담 취소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9·11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 지원세력인 탈레반 대표단을 미국으로 초청한 데 따른 미국 정부·여당 내 반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슈퍼 매파’로 이 협상에 반대하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대립해 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은 두 사람 간 대립으로 아프간 평화협상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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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협상을 지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자를 초청하는 ‘깜짝쇼’를 전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일단 볼턴 보좌관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6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탈레반 지도자 초청 강행 문제를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 지도자뿐 아니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할 계획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8년 동안 계속해온 아프간전쟁 종식을 위해 탈레반 측과 협상을 계속해 왔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려고 가니 대통령도 이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할 예정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세계일보

5일(현지시간) 차량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단지 '그린 존' 주변 현장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도 아프간 지원군 병력이 출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카불 AP=연합뉴스


미국은 탈레반과의 협상에 따라 현재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의 약 3분의 1이 넘는 5000여 명을 내년 초에 철수시키고, 2020년 말까지 나머지 병력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탈레반은 그 대신 알카에다와의 협력관계를 완전히 끊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전에서 아프간 철군을 외교업적으로 내세우려고 아프간 평화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될 경우에도 이 철군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WP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CNN 등에 잇따라 출연해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떠나버린 것처럼, 이란 정부와의 협상에서 떠나버린 것처럼, 그 조건들이 현장에서 적절치 않고 미국민을 보호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면 우리는 어떤 협상에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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