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안희정, 비서 성폭행 유죄…'성인지 감수성' 판단이 갈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년6개월형… ‘미투’ 폭로 1년 6개월 만에 확정 / 업무상 위력 추행 등 혐의로 기소 / 대법 ‘비서 진술 신빙성’ 원심 인정 / “되레 피해자에 부정적 여론 일기도 / 성차별 문제 양성평등 시각서 봐야”

세계일보

한때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한다.”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결국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됐다. 지난해 3월 한 방송을 통해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린 김씨의 용기있는 행동에 대해, 사법부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는 유죄’라는 답을 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검찰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안 전 지사를 기소했다.

세계일보

굳은 표정으로 법정 나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변호사. 연합뉴스


특히 여기에는 러시아 및 스위스, 서울 출장에서 성폭행과 성추행을 한 혐의가 포함됐고, 안 전 지사는 KTX 열차와 관용차에서도 강제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원심에서는 김씨의 진술과 김씨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안 전 지사의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 등에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간음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행해 와인바에 간 점, 지인과의 대화에서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김씨의 진술과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무죄 결론을 냈다.

반면 2심은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 등으로 허위의 피해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김씨와 전임 수행비서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7년 8월 이뤄졌다고 알려진 도지사 집무실에서의 강제추행 혐의를 제외한 안 전 지사의 모든 성폭행 혐의를 유죄라고 봤다.

대법원은 2심의 유죄 판단이 옳다고 판단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문제 관련 소송을 다루는 법원이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사안을 보는 감수성을 잃지 말고 심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법리와 관련해 대법원은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인용한 바 있다.

세계일보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에 대한 상고심 기각 결정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한다”며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이날 최종 판단은 지난해 3월 김씨가 방송을 통해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고, 불구속 기소된 안 전 지사는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