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현대글로비스 車운반선 美서 전도… 한국인 선원 4명 고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지아주 브런즈윅항서 12.6㎞ 거리 / 승선한 선원 24명 중 20명 구조돼 / 완성차 4000여대 싣고 가다 ‘기우뚱’ / 구조대 “배 안쪽서 두드리는 소리나” / 헬기 등 현장 투입… 수색작업 박차 / 정부, 사태 수습 위해 영사 등 급파

세계일보

8일 미국 남동부 해상에서 현대 글로비스 소속 대형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가 전도된 모습. 2019.09.09(사진=미 해안경비대 트위터 캡쳐). 서울=뉴시스


현대글로비스 소속 차량운반선(PCC)이 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선박에 탄 선장과 승무원 24명 가운데 20명은 긴급 대피하거나 구조됐지만, 한국인 선원 4명은 운반선 안에 고립된 것으로 알려져 구조작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심 11 해상서 전도된 ‘골든레이’호

9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차량운반선 ‘골든레이’(Golden Ray) 호는 8일 오전 1시40분(이하 현지시간)쯤 조지아주 브런즈윅항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이동하던 중 선체가 옆으로 기울었다. 미 해안경비대는 이날 오전 2시쯤 ‘911’ 신고를 접수하고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선박에 승선한 24명 가운데 사고 발생 10시간 만에 20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됐다. 구조된 인원은 한국인 6명, 필리핀인 13명, 미국 도선사 1명 등이다. 나머지 한국인 1등·2등·3등기관사와 실습기관사 등 4명에 대해서는 미 해안경비대가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선박정보업체 ‘베슬 파인더’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구에서 출항한 골든레이호는 9일 오후 7시쯤 볼티모어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볼티모어항은 브런즈윅항에서 북쪽으로 직선거리 기준 1100km가량 떨어져 있다. 하지만 골든레이호는 8일 오전 1시40분쯤 브런즈윅 항구로부터 12.6㎞ 거리의 수심 11 해상에서 현지 도선사가 승선한 상태로 운항하던 중 사고가 났다.

사고 당시 선박에는 불이 붙은 상태였다고 미 해안경비대는 밝혔다. 해안경비대 찰스턴지구대를 이끄는 존 리드는 “불길과 연기 탓에 구조대원들이 선내 진입하기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며 “20명은 그 전에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말했다. 한 구조 관계자는 선박이 급격하게 기운 데다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활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박 내 고립된 한국인 4명…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

미 조지아주 지역 매체인 브런즈윅 뉴스와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구조작업을 진행 중인 해안경비대와 구조대는 이날 오후 6시13분쯤 선박 안쪽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4명이 모두 살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시 두드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내일 들어가서 그들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선박으로부터 유류 등 오염물질이 유출되지는 않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오염 방지’ 작업도 준비해 둔 상태라고 미 당국은 전했다. 이날 사고 발생으로 브런즈윅항은 일시 폐쇄되고 인근이 ‘비상안전구역’으로 지정됐다. 골든레이호 반경 5마일 이내의 항해도 통제된 상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부에서는 맞은 편에서 빠른 속도로 운항하던 일본 국적의 선박을 피하려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현대글로비스 소속 차량운반선인 골든레이호가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항 인근 바다에서 전도돼 옆으로 기울어지고 선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 사고로 선박에 타고 있던 선장과 승무원 24명 중 20명은 긴급 대피하거나 구조됐지만 한국인 4명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세인트시몬스=AP뉴시스


우리 정부도 사고 수습을 위해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의 담당 영사를 사고 현장에 급파했으며, 해양수산부 등 관계 당국과 협조해 선원 구조와 사고 경위 파악 및 한국민에 대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외교부는 미국 현지에 8명 규모의 신속대응팀도 파견했다. 현대글로비스도 김정훈 대표이사가 이날 오후 긴급 출국했다. 미 현지에 마련된 한국 사고대응반의 견종호 애틀랜타 부총영사는 전날 새벽 전도된 운반선 내에 아직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원 구조와 관련해 “9일 오전 7시쯤 헬리콥터 등 인원이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사고 직후 본사에 종합상황실을 마련하고 외교 당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인력 6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사고 당시 차량 4000여대 실려… 선박은 2017년 건조돼

골든레이호는 미국에서 중동으로 수출되는 완성차를 싣고 가는 중이었다. 차량운반선인 해당 선박에는 사고 당시 글로벌 메이커의 완성차 4000여대가 실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 사고가 난 골든레이호는 2017년 건조된 7만1178t급 선박으로, 마셜제도 국적이다. 전장 199.9, 전폭 35.4 크기로 차량을 7400여대까지 수송할 수 있다.

골든레이호에 실린 글로벌 메이커의 완성차 4000여대와 관련해 현대글로비스는 피해를 본 화주들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에서 비계열사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돼 중동 지역으로 수출되는 완성차가 약 20% 수준이고, 대부분은 미국 완성차 업체의 수출 물량이 실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이 최대주주다. 경영권 승계 구도에서 주요 고리 역할을 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는 물류 전문 업체다. 특히 완성차 해상운송 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완성차 해상운송 사업 매출은 505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5% 뛰었다.

김선영·유태영 기자 007@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