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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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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수퍼박테리아에 연 3400~3900명 희생···항생제 처방, 병문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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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박테리아 1년 새 두 배

항생제 많이 쓰는 대학병원

내성균 감염병에 특히 취약



내성 키우는 항생제 오·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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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도상(經度賞)’ 위원회는 2014년 1000만 파운드(당시 약 172억원)의 상금을 걸고 인류가 해결해야 할 난제를 선정했다. 투표 결과 식수·식량 확보, 치매 극복 등을 제치고 1위로 선정된 문제는 바로 항생제 내성이었다. 치료 불가능한 ‘수퍼박테리아’의 위협은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장 강한 항생제도 소용없는 항생제 내성균은 1년에 두 배 이상 급증했고 매년 수천 명의 환자가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을 말한다. 세균을 감싼 막(세포벽)을 터뜨리거나 유전자 합성을 방해해 세균이 퍼지는 것을 막는다. 세균을 어떻게 공격하느냐에 따라 페니실린계·퀴놀론계·세팔로스포린계 등 다양한 계열로 분류된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박소연 교수는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 세균을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항생제를 선정, 처방하는 것이 감염병 치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감기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라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써도 낫지 않는다. 감기를 포함한 상기도 감염에서 세균이 원인이 되는 편도염·부비동염 등은 전체의 30% 정도다. 하지만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병원 43.8%, 의원 37.4%(2017년 기준)로 꽤 높은 편이다. 박 교수는 “의사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치료 시 환자의 요구로 항생제를 과하게 쓰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진단했다.



병·의원 모두 필요 이상 항생제 처방



과도한 항생제 사용이 위험한 건 항생제 내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세균은 항생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항생제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게 구조를 바꾸거나 효소를 만들어 항생물질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항생제에 많이, 자주 노출될수록 세균도 이런 ‘생존 전략’을 통해 내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커진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서유빈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도 일반 세균처럼 사람 간에 전파된다”며 “항생제 내성균이 감염병을 일으키면 같은 질환도 전과 다른 항생제를 사용해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항생제 내성균이 토착화되면서 환자가 쓸 수 있는 약은 점차 줄고 있다. 예컨대 과거 폐렴 환자에겐 페니실린계와 퀴놀론계,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를 모두 쓸 수 있었다. 원인 세균인 폐렴구균에 항생제 내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페니실린계·퀴놀론계 항생제 내성균이 퍼지면서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부터 써야 하는 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나아가 카바페넴·반코마이신처럼 현재 개발된 가장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수퍼박테리아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제한되다 보니 내성이 생길 때 이들 항생제를 써야 하는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요로 감염, 수술 부위 감염을 일으키는 카바페넴 내성균(CRE)과 반코마이신 내성균(VRE), 폐렴을 유발하는 카바페넴 내성균(CRAB)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CRE로 인한 감염증 발생 건수는 2017년 5717건에서 지난해 1만1954건으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서 교수는 “수퍼박테리아는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대학병원에서 발생·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환자가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면서 감염을 확산시키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유전자 검사, 선제 격리 등 감염 관리를 위한 인력·비용 부담이 커 병원 차원에서 모든 환자를 관리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률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국내 10개 병원의 자료를 토대로 CRE·VRE 등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연간 3400~3900명의 환자가 이로 인해 숨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교수는 “CRE의 경우 1940년대 개발된 항생제를 쓰기도 하지만 신장 독성이란 치명적인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제약사들은 돈이 되지 않아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지도, 우리나라에 출시하지도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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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치료법 없어 원인 차단 급선무



전문가들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만큼 항생제 내성의 원인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첫째,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써야 한다.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항생제가 포함돼 있는지, 어떤 이유로 먹는 것인지 한 번쯤 묻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기침·콧물·가래 등 감기 증상에 항생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서 눈 아래를 누를 때 통증이 있거나(부비동염), 목이 눈에 띄게 부을 때(편도염), 3일 이상 고열이 지속할 때(2차 세균 감염)를 제외하면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둘째, 항생제를 쓸 때는 정해진 기간·용량을 지켜서 먹어야 한다. 증상이 나았다고 약을 버리거나 띄엄띄엄 먹으면 세균이 사라지지 않고 ‘맷집’만 커진다. 자신이 먹던 약을 증상이 비슷하다고 나눠 주는 것도 위험하다. 병이 낫지도 않을뿐더러 불필요한 항생제 노출로 내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셋째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개인 위생을 관리해야 한다. 손을 깨끗이 씻고 예방접종을 해 감염병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좋다. 병문안도 가급적 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감염 위험이 큰 대학병원은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서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더라도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으면 3~6개월 정도 지나 자연히 내성이 사라진다”며 “평소 식단 조절과 운동 등 자기 관리를 통해 병에 걸리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Tip 항생제 내성 예방하려면

● 처방받은 항생제는 용법과 기간을 지켜 복용한다

● 증상이 비슷하다고 남은 항생제를 임의로 먹지 않는다

● 다른 사람과 항생제를 나눠 먹지 않는다

●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관리하고 예방접종을 한다

● 병문안(특히 대학병원)을 자제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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