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에서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 탕웨이싱 9단. [사진 사이버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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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강이 목표였고, 커제 9단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삼성화재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탕웨이싱(26) 9단이 소감을 밝혔다. 탕웨이싱은 "이번 삼성화재배에 내가 우승할 거라고 상상하지도 않아서 (시상식을 위한) 넥타이도 챙겨오지 않았다"며 "유독 삼성화재배에서 컨디션이 좋은 것을 보니 이 대회와 인연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탕웨이싱은 6일 대전 유성구 삼성화재 유성캠퍼스에서 열린 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양딩신(21) 9단을 253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꺾고 종합 전적 2대 1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13년 삼성화재배, 2016년 응씨배에 이어 세 번째 세계대회 우승이다.
양딩신을 역전승으로 꺾고 우승한 탕웨이싱(왼쪽). 종합전적 2대 1로 승리했다. [사진 사이버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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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둑은 탕웨이싱 9단의 기가 막힌 역전승이었다. 탕웨이싱은 종반까지 양딩신의 확실한 우세였던 바둑을 끊임없이 흔들며 순식간에 역전승을 끌어냈다. 막판에 변수를 만들어내는 탕웨이싱의 평소 주특기가 제대로 발휘된 한 판이었다.
탕웨이싱은 5일 열린 결승 1국도 막판 뒤집기로 승리했다. 결승 2국 역시 탕웨이싱이 불리한 바둑을 역전하는 흐름이었지만 양딩신이 간신히 지켜냈다. 바둑을 해설한 박정상 9단은 "강자들의 바둑에서 두 번 연속해서 막판 역전이 이뤄지는 것은 보기 힘든데, 끝까지 흔들어서 변수를 만드는 탕웨이싱이 저력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탕웨이싱 9단은 삼성화재배에서 유독 강해 '삼성화재배의 사나이'로 불린다. 2013년 우승했고, 2014ㆍ2017년에도 결승에 올라 준우승했다. 이번에는 박정환, 강동윤, 이야마 유타 등 최강자를 연이어 꺾고 결승에 올라 LG배 타이틀 홀더인 양딩신까지 꺾었다. 그가 삼성화재배에서 획득한 총상금은 9억 2500만원에 이른다.
2019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탕웨이싱(오른쪽)과 준우승한 양딩신. [사진 사이버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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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성화재배에 대해 탕웨이싱은 "8강에서 맞붙었던 박정환 9단과의 승부도 멋졌지만, 양딩신과의 대결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린 선수와 대결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양딩신을 보면서는 2년 전에 (삼성화재배에서 준우승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양딩신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결승전은 내내 어려웠는데, 아무래도 내가 운이 좋게 이긴 거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대회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탕웨이싱이 우승 후보로 점찍었던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은 16강전에서 타오신란 7단에게 밀려 일찌감치 떨어졌다. 이 밖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한국 랭킹 1·2위 신진서와 박정환은 8강에서 각각 랴오위안허, 탕웨이싱에 패해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편 삼성화재배는 올해부터 대회 방식을 크게 바꿨다. 지난해까지 4개월에 걸쳐 진행됐던 본선 일정이 7일로 압축됐다. 탕웨이싱 9단은 "감기에 걸려 있어서 연승전을 벌이는 게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삼성화재배 측에서 선수들을 잘 배려해준 덕에 컨디션을 잘 관리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의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해서 삼성화재배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시상식 내내 웃음이 가득했던 탕웨이싱 9단. 그는 "앞으로도 매판 최선을 다해서 바둑을 두겠다"고 밝혔다. [사진 사이버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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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목표에 대해서 탕웨이싱은 "딱히 목표를 정해놓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이번에 삼성화재배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우승했듯이 매판 최선을 다하고 컨디션이 좋으면 또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둑을 즐기면서 두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탕웨이싱의 우승으로 삼성화재배는 한국이 12회, 중국이 10회, 일본이 2회 정상에 올랐다. 지난 대회에서는 중국의 커제 9단이 한국의 안국현 9단을 2-1로 꺾고 대회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삼성화재와 KBS가 공동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한다. 우승 상금 3억원, 준우승 상금 1억원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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