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5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도 우리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시키기로 했는데 일본이 거기에 대해서 의견서를 보내왔다고요?
<기자>
네. 우리나라도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라는 게 있습니다. 지난달 14일에 우리도 여기서 일본을 따로 빼서 별도로 관리하는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행정 예고했다고 하는데, 이걸 하고 나면 절차가 있습니다. 우리 이렇게 바꿀 건데 혹시 의견 있으면 얘기해 달라는 접수 기간을 20일 동안 갖습니다.
그 20일이 끝나는 날이 딱 3일, 그제였습니다. 마지막 날인 이 3일 밤 10시가 다 돼서 일본의 산업부인 경제산업성이 의견서를 우리 산업부에 보내왔습니다.
주장은 한 마디로 한국의 조치는 일본 표현대로 말하자면 자기들의 바뀐 수출관리에 대한 보복이라는 겁니다.
우리 정부가 여기 대답했습니다. "보복 아니다. 국제 수출통제의 원칙에 어긋나게 행동해서 공조하기가 어려운 나라는 그냥 구분을 따로 하는 거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랑 비슷하죠.
일본이 우리를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아니고 한국과 신뢰가 깨져서 아시아의 수출관리를 따로 하기로 했다던 일본의 논리 앞에 거울을 놓은 것 같은 논지를 폈습니다.
<앵커>
우리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같은 건가요, 다른 건가요?
<기자>
일본의 조치와 비견했을 때 우리의 기존 틀 안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일본이 아예 한국만 따로 빼서 관리하는 B그룹 리 지역이란 항목을 신설한 것처럼 우리도 가의 2 지역이라는 걸 신설해서 여기에 일본만 딱 넣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수출 우대국들, 그러니까 기존에 일본까지 포함해서 제일 우대해줬던 스물아홉 개 나라들과 그다음 급의 나라들과 원래 일본보다는 대우의 차이가 좀 덜 났던 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보다 포괄 허가를 내줄 수 있는 여지도 아직 좀 큰 편이고 수출할 때마다 건건이 심사하는 개별허가도 원래 수출 우대국들과 그다음 나라들과 기간 차이가 그렇게 많이 안 났습니다. 5일과 15일 차이죠.
그래서 기존에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틀 안에서 일본을 별도 관리하는 겁니다.
<앵커>
우리 정부는 일본 배제 조치를 통해서 어떤 효과를 구체적으로 노리고 있는 거죠?
<기자>
일본과의 무역갈등에서 우리가 밟을 수 있는 단계들을 하나하나 밟아나간다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일본에 수출하는 수출품도 훨씬 더 적고 수출이 까다로워진 정도도 더 적은 편이지만, 여기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일본도 우리에 대한 수출 상황에 큰 불확실성을 만든 거지 대놓고 수출 금지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미국이 중재했으면 좋겠다, 그런 안도 나온 적이 있지만, 아무튼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미국에게든 국제기구에서든 자국의 정당성을 주장할 근거를 계속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게 있습니다. 약간 거친 비유를 좀 하자면 길에서 누가 '나를 갑자기 때려요.' 그러면 화가 나도 꾹 참고 그냥 경찰서에 신고해야지, 나도 같이 때리면 억울하게도 쌍방폭행이 됩니다.
WTO도 부당하게 무역하는 나라가 있으면 알아서 조치하지 말고 WTO에 와서 해결하라고 하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하는 게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로 비치게 되면 WTO는 이걸 별 건으로 보고 따로따로 심사를 해서 일본도 부당했지만 한국도 부당했네, 이렇게 도매금으로 넘겨질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왜 한일이 서로에 대해서 지금 주고받는 말들과 조치들의 정교함이 중요한지, 왜 우리 정부가 이번 수출입고시 개정에서 한 것처럼 대응해나가는 게 중요한지 핵심 이유가 보입니다.
일본이 우리 한국에 강제징용 판결 보복하는 거 아니야, 자꾸 강조하는 건 그랬다가는 경제와 정치를 연계해서 자유무역 원칙을 위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일본을 우대국에서 배제해서 일본이 다른 조치를 앞으로 꺼낼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틀은 일단 짜되 속 시원하게 대응했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일본이 공조하기 힘든 나라여서, 그냥 수출 관리하는 거예요"라는 대답을 내놓는 겁니다. 서로 고도의 논리전 판을 짜고 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겁니다.
어떤 변수가 돌발할지 모른다는 게 지금 일본과의 갈등에서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이번 수출입고시 개정에서 밟은 신중한 걸음처럼, 계속해서 정교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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