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최훈 '동물 윤리 대논쟁' 펴내
동물보호법 제3조 1호는 동물이 본성과 능력에 따라 살게 해줘야 한다며 이같이 규정한다. 생명의 고유함과 존귀함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한 동물학자도 이렇게 말한다.
"동물 역시 본성을 갖는다. 돼지의 돼지다움, 소의 소다움으로 살아야 한다. 물고기는 헤엄쳐야 하고, 새는 날아야 한다. 연대가 우리 인간에게 필수적인 만큼 동물 복지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동물을 감금하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은 이렇다 할 반성의 대상이 되지 않은 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놀이공원의 역할을 한다. 애완동물도 가정에 감금돼 있다는 점에서 매한가지다. 자유의지를 상실한 채 수단이 되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동물원 호랑이 |
최훈 강원대 철학과 교수는 대표적 동물윤리 철학자다. 지난 10년간 동물 윤리를 연구해온 그는 그 결과물로 저서 '동물 윤리 대논쟁'을 펴냈다. 동물 윤리와 관련된 철학적 논쟁을 한데 담아낸 이 책은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기본권, 육식과 포식, 동물 실험과 연구, 동물원과 감금, 애완동물과 공생 등에 대해 찬찬히 들려준다.
최 교수가 철학과 동물을 주제어 삼아 책을 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에 이어 2015년에는 '동물을 위한 윤리학'을 출간했다.
개 식용 반대 퍼포먼스 |
무심코 지나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인간의 시각과 생각은 매우 모순적이다. 예컨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도덕적으로 그르다.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도 옳지 않다. 사람에게는 동의 없이 실험할 수 없다. 인종 차별이나 성차별도 도덕적으로 그르다"는 데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이 인용구의 '사람' 대신 '동물'을 넣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처음엔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게 옳지 않다고 대체로 수긍하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분분해진다.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동물 실험은 관행상 허용해도 된다거나 고기 맛이 좋으니 동물을 도살해도 된다는 모순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번 신간은 동물을 대하는 이런 관행들이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따져 묻는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기본권, 육식과 포식, 동물 실험, 동물 장기 이식, 동물원과 감금, 애완동물과 공생 등을 둘러싼 논쟁이 어떤 맥락에서, 그리고 어떤 주장을 통해 이뤄지는지 상세히 이야기한다.
저자는 고통을 피하고 먹고 자는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른 존재들의 불필요한 간섭을 받지 않을 이익이 있다는 점에서 동물과 인간은 다르지 않다고 역설한다. 동물의 이익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인간은 그것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 동물의 이익이라 해서 무시하는 건 흑인의 이익이라 해서, 여성의 이익이라 해서 무시하는 차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적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동물은 우리보다 지능이 월등히 낮지만, 고통을 받으면 괴롭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러니 인간과 동물은 동등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동물이라고 해서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시각의 연장선에서 저자는 동물 실험을 반대한다. 동물 실험 옹호 논증이 평등의 원칙을 어기는 종 차별주의적 관행이어서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물원과 애완동물에 대해서도 모두 감금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인다. 동물의 차별적 현실과 그에 대한 인간의 합리화는 '윤리적 육식', '착한 악마', '고요한 외침'처럼 형용 모순이라는 것이다.
사월의책. 436쪽. 2만2천원.
동물 윤리 대논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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