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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시위대 공항 재점거 시도…지하철역에 경찰특공대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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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가 1일 홍콩 국제공항에 모여들고 있다. 앞서 시위대는 이날 철도, 도로 등 홍콩 국제공항으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을 방해해 공항을 마비시키겠다고 예고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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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불길과 연기로 자욱했다. 마치 전투 중인 전쟁터 같았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날 홍콩 시위대와 경찰 간 극렬한 충돌을 '전쟁'에 비유하며 아수라장으로 변한 홍콩 모습을 묘사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1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홍콩인들의 반정부·반중국 정서는 한층 과격한 시위 행태로 발현되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 지도부를 체포해도 홍콩 시민의 분노를 막을 수 없었다. 수십만 명이 참여한 이날 시위에서는 일부 참가자가 홍콩 정부청사 부근에서 홍콩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방화하며 극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강경 진압했고, 급기야 지난 주말에 이어 두 번째 실탄 경고 사격까지 감행했다. 일부 시위대는 중국 오성홍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바탕에 나치 문양을 새긴 대형 천을 들고 가두 행진에 나섰고, 중국 인민해방군 사령부 인근에서는 성조기와 영국 깃발을 흔들며 '자유를 위해 싸우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달 31일 홍콩 시위는 앞서 홍콩 정부가 강경한 집회 불허 방침을 밝힌 것이 촉매제로 작용했다. 시위 주최 측인 홍콩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이 시민 안전을 고려해 주말 시위를 취소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시위를 했다. 지난달 30일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사건도 이날 시위 열기를 뜨겁게 만든 계기였다. 이날 홍콩 시민은 시위 주최 측 지휘가 없는 상태에서 텔레그램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대는 사전 신고가 필요 없는 종교 집회 형태로 시위를 시작했다.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십자가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송환법 폐기, 직선제 실시 등 민주화를 요구했다. 거리에서 '쇼핑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시위를 시작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홍콩 차터가든 공원에는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3시가 되기 전부터 수많은 홍콩 시민이 몰려들었다. 센트럴, 완차이, 애드미럴티, 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도심 거리에서는 이날 시민 수십만 명이 가두 행진을 벌이며 '홍콩 힘내라' 등 구호를 외쳤다. 오후 3시 30분께 일부 시위대는 센트럴에서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이 위치한 셩완 지역으로 향했다. 이들이 셩완으로 행진한 이유는 이날이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상징적인 날이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중련판 건물 300m 앞까지 행진하며 경찰과 대치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일부 참여자가 교통표지판을 쓰러뜨리고 쓰레기통을 가져다가 도로 한복판에 바리케이드를 만들기도 했다. 시위대가 애드미럴티 지역에 있는 홍콩 정부청사와 홍콩 의회인 입법회 건물 인근에 다다르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경찰과 충돌이 일어났다. 이날 오후 5시 30분 무렵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포했다. 헬멧, 고글, 마스크 등을 착용한 전투조가 시위대 앞에서 대오를 형성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하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이 지역은 시위대가 벽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하면서 더욱 혼돈 상태로 빠져들었다. 경찰은 시위대를 식별할 수 있는 파란색 염료가 들어간 물대포를 쏘며 강경 진압했다.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자 홍콩 당국도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홍콩 경찰이 1일 기자회견에서 최정예 특수부대인 '랩터스 특공대'를 지하철 객차 안에 투입해 시위대 63명을 체포했다고 밝힌 것이다. 지하철 역사 안으로 도망간 시위대를 쫓아 검거하지는 않았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달라진 셈이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는 붉은색 바탕에 노란 별과 나치 상징인 스와스티카 문양을 그려 넣고 '차이나'와 '나치'를 합성한 '차이나치(CHINAZI)' 문구를 적은 대형 천이 등장했다. 이는 중국의 상징인 국기를 훼손한 것으로, 중앙 정부 심기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는 이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기는 등 시위 양상이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공간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시틀러'라 부르는 홍콩 시민들도 속출했다. 또 일부 시위대는 대형 성조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전에도 홍콩 시위대가 성조기를 들고나온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성조기를 들고나온 것은 처음이며, 더 나아가 미국 국가도 불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시위대는 성조기를 들고 미국 국가를 부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홍콩을 해방하라"고 요구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블룸버그에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사태에 적극 개입해 홍콩을 해방해야 한다"며 "미국 의회가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켜 홍콩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정부의 어떠한 강경 진압이 있더라도 앞으로 계속 시위 규모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달 홍콩 내 모든 학교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홍콩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은 2일부터 동맹 휴학을 예고했다. 홍콩 노동계도 2일과 3일 총파업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여기에 시위대가 1~2일 이틀간 공항으로 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할 계획을 공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홍콩 국제공항 운항에 또다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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