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라크르의 시대
몽골 초원 검은 호수에서 살아가는 쇠재두루미 부족의 이야기를 의인화한 동화 같은 소설이다.
철새인 쇠재두루미는 겨울이 오기 전 해발 7천m가 넘는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 따뜻한 북인도에서 겨울을 난다. 산소가 희박한 고공에서의 장거리 비행을 위해 이들은 전사처럼 훈련한다.
하지만 한 어린 암컷 질라래비는 선천적 장애로 날개 근육이 약해 고공비행을 못 한다. 작가는 도태될 위기에 처한 이 질라래비의 이야기를 통해 배려와 사랑, 생태와 환경, 탈물질주의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생태적 삶'을 기치로 내건 인문학자이자 여행가다. 20대 때부터 만주 벌판과 바이칼, 알타이, 카일라스, 히말라야를 여행하며 한국학 콘텐츠에 얽힌 일을 해왔다. 현재 문화국가연구소 대표다.
다슬기. 265쪽. 1만4천900원.
▲ = 박정자 지음.
SF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던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컴퓨터 디스켓을 숨겨놓은 책 제목은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가 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이다.
'시뮬라크르'란 뭘까? 불문학자이자 철학자, 인문학 및 문화 연구가로 독보적 세계를 구축해온 박정자 상명대 명예교수가 이를 문화 코드에 엮어 쉽게 해석하고 알려준다.
시뮬라크르는 원형을 복제한 복제물과는 다른 특유의 역동성과 자기 정체성을 지닌 복제물을 뜻한다. 저자는 그 기원을 정의한 플라톤부터 미셸 푸코와 들뢰즈, 보드리야르를 차례로 소환해 시뮬라크르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시뮬라크르이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 역시 시뮬라크르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심지어 시뮬라크르 이미지를 사용할 때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기파랑. 348쪽. 2만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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