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리스 불러 항의… 전문가 “한미일, 지소미아ㆍ경제보복 논의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국제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코이카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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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강화로 정점을 찍은 한일 갈등이 급기야 한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의 주춧돌쯤 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미국의 거듭된 만류에도 22일 한국 정부가 끝내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후 연일 반복되며 강도가 높아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노골적 불만 표출에 한국 정부도 28일 발끈하고 나섰다.
최근 도가 지나쳤던 건 미국 쪽이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는 미지근하게 대응하더니 자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지자 돌연 격앙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호칭이다. 지소미아 종료 관련 입장을 내며 애초 ‘한국’이라고 불렀다가 ‘문재인 정부’로 범위를 좁히더니 27일(현지시간)에는 정부 고위 당국자가 ‘청와대’를 직접 거론했다. 심지어 일본과의 영유권 문제로 한국이 민감해하는 독도까지 “정례 방어훈련이 한일 사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는 식 언급으로 한국을 자극했다.
그러자 한국도 참지 않았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미국 정부가 한국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실망과 우려가 담긴 메시지를 반복 발신하는 건 한미 간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사실상 일본 편을 서고 있는 미국에 항의의 뜻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독도방어훈련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평가에 ‘주권’을 언급하면서 “쉽게 얘기돼서는 안 된다”고 미국을 힐난한 것도 이례적이다.
빌미를 제공한 편은 한국이라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과 갈등 중인 상황에서 줄곧 파기하지 않을 것처럼 신호를 보내오다 국내 정치 변수가 돌출하자 한미일 3각 공조를 묶는 틀을 갑자기 종료해 버리겠다는 한국의 태도가 이해될 리 없다”고 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에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했다.
문제는 당장 이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한일관계에서 신뢰를 복원해야 한미관계도 풀리는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징용 판결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로 끈질기게 미국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일 대화를 통해 지소미아, 일본의 경제 보복, 강제동원 문제까지 논의하는 게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라며 “한국은 대화로 풀어보려는 입장이라는 걸 미국 측에 더 적극적으로 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한일이 공 던지기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일 간 역사 문제를 듣고 이해하도록 미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런 고강도 항의가 한미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 특별협정(SMA)이 임박한 상황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미측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소미아 종료가 방위비 인상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나 일본과의 연합훈련 이야기는 하지 않고, 한미 연합훈련만 언급하는 건 한국이 미국의 안보 서비스를 받는 국가라는 인식 때문”이라며 “한국이 동맹국답지 않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 돈을 더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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