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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지소미아 종료 전 생각 바꾸라” 한국에 데드라인 그은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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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위 사진은 지난 2016년 11월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는 모습. 아래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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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연일 공개 비판을 이어온 미국이 데드라인을 그었다. 지소미아가 실제로 종료되는 11월 23일 0시 전에 결정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미 당국자 “3자 정보공유, 번거롭고 쓸모없어”



AF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 고위 당국자가 기자들을 만나 “지소미아는 11월 22일까지는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뒤에도 기존의 한ㆍ미ㆍ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필요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과 관련, 또 다른 당국자는 “이는 실제 위기상황, 특히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상황에서는 굉장히 번거롭고(cumbersome) 다루기 불편하고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일본이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결정을 철회할 경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이후에 나왔다. 한국은 일본이 먼저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를 되살릴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아 공을 일본에 넘겼지만, 미국은 한국을 향해 종료 결정 번복을 요구한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는 11월 22일까지 한국이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은 “일본은 경제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표면상으론 과거사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잡아뗐지만, 한국은 대놓고 무역 문제를 안보 문제와 연계시켰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자체보다 이런 형식과 충분히 사전 통보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 더 불만”이라고 전했다.



일 화이트 국가 조치엔 “3국 협력 중요”



실제 28일 일본이 화이트 국가 조치를 실행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일본과 한국 모두의 동맹이자 친구로써 미국은 인도 태평양 및 세계 다른 지역에서의 우선적인 사안들뿐 아니라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직면해 3국 간 강하고 긴밀한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미국은 앞으로도 양측이 진정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답했다. 또 “한국과 일본은 민감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이런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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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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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소미아 결정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 먼저 안보상 이유로 화이트 국가 조치를 취해 분쟁을 유발한 것은 일본이지만,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를 훨씬 더 중대한 문제로 보는 셈이다.



“한국 결정, 미 안보이익에 직접 영향”



로이터 통신도 2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들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및 대규모로 확대 실시한 독도 방어 훈련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이 최근 취한 조치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조용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지소미아에 대해 “복원할 기회가 있다”며 한국의 결정 번복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계기로 한ㆍ미 동맹 및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역내 안보 구조의 원칙과 목표에 한국 현 정부가 얼마나 동참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료하게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며 “지금껏 나온 미국 정부의 거친 반응은 한ㆍ미관계에서 변곡점(inflection)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ㆍ미 관계의 변곡점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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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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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8일 오전에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불러 일본의 화이트 국가 조치 시행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항의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한ㆍ일 경제협력은 물론 역내 번영과 세계 자유무역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더욱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이처럼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 국가 조치 철회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이에 큰 공감을 표하지 않으며 ‘지소미아 카드’는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미국의 반발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아쉽다’는 정도의 반응이지 크게 반발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은 ‘한국은 국가 간 약속이나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나라’라는 식의 설명을 미국에 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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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23일 오전 적막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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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일본은 화이트 국가 결정을 철회하기 전에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조치부터 취하라고 한국에 요구할 것이고 미국도 비슷한 주문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서 양보안을 내면 돌고 돌아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일본의 조치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없었을 것 아니냐’는 국내외적 비판에 봉착하게 될 테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중재 역할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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