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모펀드 규제 회피→사모펀드 쪼개팔기' 여부 집중 점검
은행 파생상품 판매 규제도 검토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당국이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가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해 사모펀드로 '꼼수' 제조, 판매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펀드 조사의 일환으로 '쪼개팔기' 여부가 핵심이다. 은행의 파생형 사모펀드 판매 규제 도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28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이 판매한 금리 DLS 펀드를 보면 사모펀드가 아닌 공모펀드로 판매했어야 하는 상품으로 보인다"며 "이 상품을 왜 사모펀드로 만들었는지, 은행ㆍ자산운용사 등이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할 의도가 있었는지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는 펀드 설립ㆍ판매 조건이 공모펀드보다 자유롭다. 공모펀드와 달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판매시 투자성향조사, 투자권유절차 등을 거칠 필요 없이 설명의무만 다하면 된다. 사실상 투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쉽게 만들고 쉽게 팔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금리 DLS 펀드의 상품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논란이 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영ㆍ미 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대부분 만기 4~6개월에 연 환산 4% 수익률을 제공한다. 두 은행을 통한 금리 DLS 투자자 수는 개인ㆍ법인을 합쳐 3645명이다. 금감원은 은행ㆍ운용사가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투자자 수가 49명 이하여야 하는 사모펀드 70여개로 쪼개팔기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만약 공모펀드 규제 회피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가 불가피하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 이를 15개의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쪼갠 뒤 투자자 573명에게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하는 꼼수를 썼다. 금융당국은 과징금으로 현행 규정상 최고액인 20억원을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규제 회피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DLS 펀드 구조가 비슷해 보이지만 만기, 승수(금리 구간별 손실배수), 목표수익률 등 발행조건이 모두 달라 동일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금감원 실태조사 결과 유사상품으로 묶더라도 투자자가 50명 이상 들어간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은행의 파생형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전액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을 증권사가 아닌 은행이 판매하는 것이 적절한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검사를 통해 불완전판매가 문제인지, 제도가 문제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 제한을 비롯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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