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어린이농장 킨더부어더라이 체험기
자연친화·동물복지·복지공동체 실천
네덜란드 어린이 농장(킨더부어더라이)에서 한 어린 아이가 염소에게 직접 다가가고 있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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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아인트호벤=뉴스1) 차현정 통신원 = 아이들은 수십 마리의 양과 염소에 둘러싸여 있다. 장난기 가득한 아기 염소는 한 아이가 나눠 주는 빵을 먼저 빼앗으려 껑충껑충 뛰어 다닌다. 닭들은 닭장에서 우아하게 알을 품는 대신 재빠르게 날갯짓하며 지붕 사이를 날아다닌다. 돼지 가족은 진흙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신나게 목욕을 하곤 만사 귀찮은 듯 그늘로 가서 눕는다. 사방에서 들리는 소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잠시 정신을 잃을 무렵 한가로운 거위떼가 곁을 지나고 있다.
네덜란드 전역에는 500개 정도의 어린이 농장(킨더부어더라이·Kinderboerderij)이 있다. 대도시 한복판에 설마 농장이 있겠나 싶을 무렵 외진 길로 잠시 따라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굳이 동물원에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동물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낼 기회가 많은 셈이다.
대부분 무료 또는 1~2유로(약 1300~2700원) 정도로 입장료가 저렴하다. 시에서 땅을 저렴하게 빌린 후 자체 생산하는 여러 농작물 및 우유, 치즈, 달걀 등을 방문객에게 판매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네덜란드에서 한 해 방문객이 3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어린이 농장은 아이들 생일파티 장소, 산책·소풍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농장마다 특색이 달라 매주 여러 농장을 다니며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신선한 빵을 굽는다고 소문이 난 농장이 있는가 하면 장애인과 지역 사회 봉사자들이 협동해 직접 짠 소젖과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농장도 있다.
이곳에서는 성인 요가·명상 수업, 부모교육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들도 열려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 봄이면 소를 축사에서 첫방사하는 축제를 치르고, 가을이면 농장 내 여기 저기 열린 사과를 직접 딸 수 있는 행사를 여는 식이다. 일부 어린이 농장 행사는 지역 유명 축제로까지 자리 잡을 정도다.
자주 가는 어린이 농장에 방문 등록을 해놓으면 다음 방문에 참고가 될 소식을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 '아기 토끼 다섯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돼지가 새끼를 낳았어요. 아기 돼지와 같이 축구하러 올 사람?' '햄스터가 너무 많이 태어났어요. 혹시 입양을 원하시나요?'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식들을 보내준다.
어린이 농장은 1970~80년대 산업화 경쟁으로 도시가 몸살을 앓을 때 정부가 도시형 농부를 양성할 목적으로 저렴하게 땅을 대여하거나 무료로 제공하면서 생겨났다. 지금도 네덜란드 각 시 홈페이지를 통해 시 지원을 받는 어린이 농장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다.
은퇴한 노인, 이민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에게 좋은 기회가 돼 일정 부분 복지공동체 역할도 수행한다. 이에 따라 농장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구하는 광고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동물 복지, 친환경 농법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지원할 수 있다.
네덜란드 아이들은 2013년 이후 유니세프가 꼽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행복 비결은 어릴 때부터 동물과의 행복한 정서교감을 자연스럽게 경험해서가 아닐까?
네덜란드의 한 어린이 농장 전경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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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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