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중앙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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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靑 "2분기 가계소득 상당한 개선" 해석 논란
청와대가 올해 2분기 소득 양극화 지표(통계청 가계동향조사)가 크게 나빠진 원인을 '고령화' 탓으로 돌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소득 양극화 지표인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2분기 5.33을 기록,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청와대는 또 하위 20% 가구(1분위) 전체 소득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전체 가구 소득이 늘어난 점을 들어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어떤 근거로 이 같은 분석을 하는 것일까. 중앙일보가 청와대의 '자가 진단'을 통계청 통계를 활용해 다시 진단했다.
최악 기록한‘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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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은퇴한 노인 가구, 하위 20% 빠르게 편입…근로소득 줄어"
우선 청와대 발표대로 하위 20% 가구의 전체 소득(근로·사업·이전소득 등 모두 포함)이 소폭 늘어난 것은 맞다. 증가율은 0.04%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늘어난 것은 '팩트'다. 문제는 하위 20% 가구가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3% 줄어든 43만8700원에 그쳤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렇게 된 핵심 원인을 '고령화'로 꼽았다. 은퇴한 노인 가구가 하위 20% 계층에 빠르게 편입되면서 근로소득도 자연히 줄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전체 가구 근로·사업소득과 하위 20% 근로·사업소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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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사업'한 올해 노인가구 근로소득 최대, 고용률 최고
이런 해석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하지만 노인 공공 일자리 사업이 본격화한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2분기 노인가구(60세 이상)의 근로소득(163만6020원)과 이전소득(108만950원)은 모두 최근 10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악화로 사업소득은 최근 2년간 계속 줄었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과 복지 확대로 근로·이전소득만큼은 는 것이다. 전국 10만여명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올 7월 노인 고용률(42.9%)과 경제활동참가율(44.1%)도 빠르게 높였다. 문재인 정부의 '일하는 노인' 비율은 역대 다른 정부보다 가장 높다.
60세 이상 노인가구(2인 이상) 근로·사업·이전소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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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노인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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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특위 "고령 근로가구 늘어 저소득 개선"…靑 분석과 달라
이처럼 노인 가구 전반의 소득과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 등이 높아지면 하위 20% 계층 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위 20% 가구에서 노인 가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하위 20% 계층에 근로소득이 있는 가구가 늘었는데, 고령 근로가구가 늘어난 것이 이 중 3분의 2 이상에 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위에 따르면 가계소득 분석 대상을 기존 2인 가구에서 1인 가구 이상으로 넓힌 결과, 올해 1분기 하위 20% 가구 근로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늘어난 10만7000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통령 직속 특위에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로 올해부터 고령층 근로소득이 늘어 분배가 개선됐다고 밝혔지만, 청와대에선 여전히 '고령화 탓에 분배가 나빠졌다'는 기존 분석을 그대로 내놨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효과가 분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 지 두 기관 분석이 달라 가늠하기 힘든 대목이다.
소득 하위 20% 가구(1인 이상) 근로소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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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양극화는 제조업·자영업 등 민간 시장 침체가 핵심
통계청 통계로 파악되는 소득 양극화 원인은 제조업 등 양질의 민간 일자리가 최근 들어 빠르게 감소한 것이 핵심으로 분석된다. 하위 20% 가구 근로소득은 2년 연속 마이너스 15%대 증감률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에는 늘긴 했지만, 사업소득 역시 추세적으로는 2013년 2분기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완연히 늘어나는 것은 정부나 가족·지인 등으로부터 얻은 이전소득이다.
근로소득 감소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수출 부진 등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영업 경기 위축도 양극화에 영향을 미쳤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의 '가늠자'로 거론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8개월 연속 줄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동원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정부 자금에 의존하기보다 민간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러나 노인·청년 일자리 사업 등 '정책 효과'가 없었다면, 소득 5분위 배율이 9.07까지 치솟을 수 있었다고 내다봤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25일 브리핑에서 "(소득 격차 완화를 위한) 정책 효과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해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민간에서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나빠져 정부 의존도만 키웠다는 의미도 된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단기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는 근본적인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노인 빈곤을 막기 위한 사회보장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도록 저출산 해결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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