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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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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고령자 시한폭탄 심장 판막 고장, 치료 두려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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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명기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중앙일보

홍명기 교수는 ’대동맥 판막 협착이 심한 데도 합병증이 부담돼 방치하면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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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의 복병으로 심장 판막 질환이 떠오르고 있다. 심장에서 혈액을 펌프질할 때 열리고 닫히는 문(판막)이 고장 나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방치하면 5년 내 사망률이 80%에 이른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환자가 고령이다 보니 치료를 꺼려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명기 교수에게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위험성과 최신 치료법을 들었다.

Q : 판막 질환이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는.

A :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심장이 피를 내보내려고 꽉 짜듯이 펌프질을 했을 때 판막이 좁아져 혈액이 잘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하루에 약 10만 번 이상 열리고 닫히는 대동맥 판막이 노화해 석회화되는 등의 이유로 좁아진다.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이동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더 강하게 수축하다가 과부하를 초래한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흉통·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Q : 치료를 꺼리는 환자가 많다는데.

A : “과거에는 치료법이 약물과 수술밖에 없었다. 약물은 큰 효과가 없어서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가능하고, 수술은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크다. 가슴을 열어 좁아진 판막을 고치는 동안에는 심장을 잠시 정지시킨 뒤 인공 심폐기를 이용해 혈액을 순환하게 한다. 판막 치료 후 가슴을 닫은 다음에는 전기 충격을 줘서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하지만 고령인 데다 폐·콩팥 등 다른 신체 기능도 떨어져 있는 경우 환자의 체력이 수술을 감당하기 어렵다.

전신마취가 위험하고 수술 후에 폐렴이 생기거나 심장 기능이 돌아오지 않는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크다. ‘이 나이에 수술해서 회복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수술을 안 하겠다고 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면서 방치할 수 없는 질환이 됐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술의 단점을 보완하는 치료법인 ‘경피적 대동맥 판막 삽입술(TAVI, 타비)’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Q : 타비 시술이란 뭔가.

A : “수술 대신 시술로 대동맥 판막 협착증을 고치는 치료법이다. 타비는 허벅지 다리의 혈관에 가느다란 카테터를 넣어 대동맥을 따라 심장까지 이르게 한 뒤 좁아진 대동맥 판막을 부풀려 넓혀 주거나 판막을 교체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신마취 대신 수면 내시경을 할 때와 같은 정도의 마취 정도로 시술할 수 있다. 가슴을 여는 수술이 아니므로 환자의 체력적 부담이 적다.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힘들었던 환자도 시술받을 수 있다.”

Q :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나.

A : “그렇다.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힘든 고위험군 환자에서부터 타비를 적용해 왔다. 최근에는 수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에게까지 시술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3월 열린 미국 심장학회에서는 전신마취가 부담되는 고령 환자뿐 아니라 저위험군 환자에게서도 타비 시술이 수술만큼 효과가 좋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1년 후 뇌졸중 발생률과 사망률, 재입원율 등에서 타비가 수술보다 우수했다. 71개 센터에서 1000명의 환자를 무작위로 배정해 연구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다.”

Q : 치료 환경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 “환자가 고령이어서 심리적 부담을 크게 갖는다는 점이다. 환자·보호자는 치료 여부를 결정할 때 합병증 우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기구가 몸에 들어가다 보니 혈관 속 피 찌꺼기(혈전)가 뇌로 흘러 들어가 중풍이 올 수도 있고 조영제를 쓰는 과정에서 콩팥 기능이 악화할 수도 있다. 기존에 동맥경화 같은 혈관 질환이 있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일부 우려되는 합병증이다. 하지만 이런 합병증 우려가 있더라도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 심한 경우엔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크다.

치료를 주저하다가 폐에 물이 차고, 숨 쉬기가 힘들어져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경우가 많다. 응급으로 수술하면 위험도나 사망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합병증 부담을 줄여주는 시술법이 나온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 또 한 가지 걸림돌은 비용이다. 타비 시술은 약 3000만원인데 환자가 이 중 80%를 부담해야 한다.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Q : 타비 시술 후 주의할 점은.

A : “정기적으로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아 판막의 변화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또 치과 치료 등을 받기 전에는 주치의와 상의해 항생제를 예방 차원에서 복용해야 한다. 치과 치료를 받으며 침투한 균이 심장 판막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심내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주치의와 여러 건강 문제와 관련해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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