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HIV 양성 판정 받았어도 관리 잘하면 문제없습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뷰 HIV 감염인 첫 유튜버 신주용씨

신주용(23)씨는 ‘랑둥’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국내 첫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 유튜버다. HIV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원인 바이러스다. 흔히 HIV에 감염되면 몸이 쇠약해지고 주변 사람을 피해 살아갈 것이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신씨는 방송을 통해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은 ‘평범함’ 그 자체다.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자전거 타기와 수영을 즐기며 하루 12시간도 거뜬히 일할 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신주용씨는 ’HIV 감염인으로 방송에서 오랜 시간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동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HIV 양성 판정 받은 지 2년 지나

Q : -외모만으로는 HIV 감염인인 줄 모르겠는데, 굳이 개인 방송으로 감염 사실을 공개한 이유가 있나.

A : “HIV 감염인은 신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 우울하고 힘든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 ‘이렇게 지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마저 들었다. 우울감을 이기기 위해 책도 읽고 심리 상담도 알아보다 개인 방송에서 속마음을 꺼내 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주변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는 게 부담이 적을 것이라 판단했다. 얼굴이 알려지는 걸 꺼리긴 했지만 ‘죽을 생각마저 했는데 하고 싶은 걸 해보자’란 생각이었다.”

Q :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충격이 컸을 것 같다.

A : “에이즈는 ‘무증상이 증상’이라고 한다. 나도 특별한 증상 없이 대학을 다니다 우연히 정기검진에서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소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충격은 없었다. 대신 ‘군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지인들에게 감염 사실을 밝혀야 할까’ 같이 현실적인 고민이 찾아왔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두 달간 집 밖을 나가지 않고 방에만 있었다. 지금보다 말랐던 때였는데 거기서 체중이 5~6㎏ 더 빠졌었다.”

Q : -정기검진은 어디서 받나.

A : “에이즈예방센터 ‘iSHAP(아이샵)’이나 보건소, 병원 등에서 HIV 감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강 내 세포를 채취하는 선별 검사를 받으면 20분 내로 결과가 나온다. 자신이 감염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면 정기검진을 받길 권한다. HIV도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초기부터 관리하면 본인은 물론 타인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엄연히 구분된다. HIV 감염인은 HIV에 감염된 사람을,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 후 면역 체계가 손상돼 감염병·암 등 질병에 걸린 사람을 말한다. HIV는 감염 후 약물 등 적극적인 치료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면 30년 이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만성질환’으로 여겨진다.

하루에 약 한 알로 건강 유지

HIV 감염인의 타액(침)·땀에 닿는다고 HIV가 전파되는 것도 아니다. 함께 음식을 먹거나 운동한다고 해서 감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무지가 부르는 병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아직 HIV 감염인은 수용보다 배척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신씨가 개인 방송에서 HIV·에이즈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콘텐트로 만들어 소개하는 이유다. 그가 만든 ‘에이즈에 관한 사실들을 말해드릴게요’란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100만 건을 넘을 만큼 화제를 모았다.

Q : -에이즈가 정확히 어떤 병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A : “방송에서 여러 질문을 받는데, 일반 시청자는 ‘HIV에 감염되면 죽는 것 아니냐’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는 않느냐’ 등 과학적으로 잘못된 사실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 HIV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와 해외 논문을 토대로 HIV·에이즈를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었고, 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콘텐트를 만들 계획이다.”

Q : -관련 정보를 찾는 게 어렵진 않았나.

A : “HIV와 관련한 정보는 공들여 찾지 않아도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등에 검증된 자료가 많이 있다.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Q : -HIV 치료는 힘들지 않나.

A : “매일 밤 9시30분에 약을 한 알씩 먹는다. 그게 전부다. 일반적인 약보다 크기가 크긴 하지만 먹는 게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와 심리 상담도 받고 있다. 매번 백혈구·바이러스 수치를 확인하는데 현재까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Q : -약 부작용은 없었나.

A : “신체적인 부작용은 없었다. 일상생활도 감염 전후와 똑같다. 다만 몸보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실제로 HIV 감염인은 감염되지 않은 또래보다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몸이 건강해도 사회적인 편견·비난에 노출되다 보니 마음이 버티질 못한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약하지만 내 방송이 HIV 감염인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는 ‘약’이 됐으면 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