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음식 제품군 간 이종 결합 시대
농심 포테토칩 육개장 사발면맛, 푸르밀 인디안밥 우유, 오뚜기 소보로 피자. / 각 업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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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나 수퍼마켓에서 본인이 어떤 코너에 있는지 잘 확인하시라. 자칫 방심하면 라면 사러 갔다가 과자 집어 들고 나오거나 과자 대신 우유를 계산하게 될지 모른다.
농심은 감자칩에 얼큰한 육개장 라면 맛을 덧입힌 '포테토칩 육개장 사발면맛'과 라면 과자에 달콤씁쓸한 커피 맛을 더한 '쫄병 커피우유맛'을 출시했다. 편의점 CU는 삼양의 장수 과자 '짱구' 특유의 달달한 맛과 계피 향을 추가한 '짱구 허니시나몬 볶음면'(컵라면)을, 이마트 24는 크라운 인기 캐러멜 '마이쭈'를 아이스크림으로 재해석한 '마이쭈바'를, GS25는 달면서 매운 '미니언즈 핫치킨맛 초코스틱'을 내놨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은 농심의 '인디안밥'과 '초코바나나킥' 맛을 낸 우유를 선보였다. '멕시카나'는 오리온 '치토스' 과자 맛의 '치토스 치킨'과 농심 '오징어 짬뽕 라면' 맛이 나는 '오징어 짬뽕 치킨'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인절미 떡과 견과류를 올린 '인절미 피자'와 소보로빵에 치즈를 뿌려 만든 피자에 딸기잼을 뿌려 먹는 '소보로 피자'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예상 못 한 맛과 제품군 간의 이종 결합이 최근 식품업계의 화두다. 그리고 이러한 파격적인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제품들은 '괴랄미(味)'라는 카테고리로 수용된다. '괴랄'은 어딘가 독특한,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새롭고 색다른 느낌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다.
새롭더라도 너무 낯설거나 색다르면 안 된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완전히 새로운 맛과 향은 생소해서 거부감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기존의 유명 제품과 제품 간 결합을 통해 탄생하는 괴랄미가 등장한다. 농심 관계자는 "'익숙함+익숙함=새로움'이고 이게 바로 괴랄미"라고 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의 제품이 탄생하거나 익숙한 제품이 새로운 뉘앙스를 갖게 되는 겁니다."
괴랄미 유행에는 산업적 측면도 있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식품산업은 성장이 사실상 정체된 상태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괴랄한 맛의 제품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라면·우유·커피 등 제품별 카테고리 내에서의 '종적(縱的) 성장'이 어려워졌습니다. 식품업체들은 카테고리 구분을 뛰어넘는 '횡적(橫的) 성장'을 꾀하게 됐죠."
괴랄한 제품이 개발비가 덜 든다는 점도 무시 못할 이유다. 최낙언씨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 형태·물성보다는 맛·향을 바꾸는 편이 개발 비용이 적게 든다"며 "게다가 제품 하나만 성공해도 충분히 비용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괴랄한 제품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듯하다"고 전망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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